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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주가↑ 유가↓ 엇갈리는 지표…투자는 '느리게'
연준 정크본드 매입 발표에 시장 '반색'…원유 감산 부족? 유가는 급락
지원 규모 제한적, 자금 투입 반복해야
2020-04-10 12:00:00 2020-04-10 1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간밤에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첫 소식은 OPEC+가 일일 10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투기등급 회사채 매입을 포함한 2조3000억달러 추가 지원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에 상반된 결과를 불러와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미국 증시는 크게 올랐다. 
 
9일 미국 연준은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직원 1만명 이하 매출 25억달러 이하 중소기업에 6000억달러 지원 및 직원 급여보호프로그램(PPP) 가동, 지방채 5000억달러 매입, 회사채 매입과 소비자금융 지원 등에 총 8500억달러 투입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눈여겨 볼 부문은 회사채 매입에 투자등급 외에 투기등급 이른바 ‘정크본드’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연준은 프라이머리마켓 기업신용기구(PMCCF)에서 투자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는 한편, 세컨더리마켓 기업신용기구(SMCCF) 창구로 정크본드를 매입키로 했다. 자산담보부증권대출기구(TALF)를 통해 투자등급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MBS)과 대출담보부증권(CLO)을 매입하는데, CLO엔 각종 투기등급 레버리지론이 담겨 있다. 
 
다만 정크본드 매입은 ‘추락천사’들에 한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채권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린 채권을 ‘폴른엔젤(Fallen Angels)’이라고 부른다. 
 
지난 3월25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부채규모가 1540억달러(회사채 358억달러)에 달해 공장가동 중단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이라며 회사채 등급을 BB+로 내렸다. 그에 앞서 18일 무디스는 셰일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을 투자등급인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내렸고, S&P는 20일 메이시스백화점을 BBB에서 BB+로, 24일엔 델타항공을 BB로 강등했다. 지난해 폴른엔젤은 13곳이었지만 올해는 3월까지만 10곳에 달한다. 
 
폴른엔젤이 되면 회사채 투매가 발생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규정 때문에 정크본드를 보유할 수 없어서다. 따라서 이런 채권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기관 등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돼 회사채 시장 전체가 불안에 빠지게 된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연준이 회사채 매입 범위를 확대하자 시장은 주가 급등으로 이를 반겼다. 
 
이는 전체 정크본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입 대상이 전체 정크본드가 아니라 폴른엔젤로 국한된 점과 매입 규모 등은 문제로 남는다. 
 
JP모건, BoA, HSBC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2000억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경우 1조달러 가능성을 언급해 우려를 낳았다.
 
USB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부채는 약 10조달러에 달하며 이중 BBB급 회사채가 3.7조달러로 투자등급 채권의 53%를 차지한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은 1조200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정크본드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은 더 큰 문제다. 국제유가에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인데 이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산유국들의 감산 협상은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연준의 회사채 매입 등 추가 지원책 발표와 OPEC+의 감산 합의가 전해진 이날 각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은 관련 주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HYG(상)의 주가는 모처럼 급등한 반면 대표적인 원유선물 ETF인 USO(하)의 주가는 하락했다. 그래프/미래에셋대우 HTS 화면캡쳐
 
주요 통신사들은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하루 10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회의 중에는 감산 규모가 2000만배럴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으나, 실제 결과는 그 절반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석유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감산량은 5~6월 1000만배럴, 7~12월 800만배럴, 내년 1월 이후 600만배럴로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1000만배럴도 전 세계 일일 공급량의 10%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지만 원유 소비 감소폭이 30%라는 게 문제다. 감산 규모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28% 급락한 배럴당 22.76달러로 마감했다. 
 
3월 위기 당시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10%까지 급등했을 때 셰일기업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23%까지 치솟은 원인도 유가 하락 때문이었다. 
 
연준의 투기등급 회사채 매입과 산유국들의 감산이 어느 정도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조달러 규모의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대출 지원을 제외한 직접 지원은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경제가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정부와 연준이 반복적으로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종적인 전환점은 코로나19가 잡혀 멈춘 경제가 다시 돌아가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투자는 그보다 걸음이 느려야 하는 이유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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