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코로나19에 묻힌 주총 고질병
입력 : 2020-04-01 06:00:00 수정 : 2020-04-01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의결 정족수라도 채워야 안건을 통과시키든 말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억대 비용을 내가면서 대행업체를 쓰는 실정입니다. 매년 주총에 너무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해 답답한 노릇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온통 증시에 쏠려있지만, 3월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의 달이었다. 주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 대란은 또 반복됐다.
 
의결정족수 제한에 따른 안건 부결, 개인투자자 관심 부족 등 매년 주총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현재까지 집계되고 된 주총 의결 내역을 보면,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저조한 코스닥 상황은 심각하다. 올해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회사 10곳 중 4곳에서 감사 선임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감사 선임 대란의 원인은 섀도보팅 폐지와 3%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다. 주총에는 최소 발행 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가 참석해야 하는데, 2017년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결의 요건 충족이 엄격해졌다.
 
섀도보팅은 의사 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회사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은 '3% 룰'이 적용된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까지만 인정되는 대주주 지분에다 소액주주 지분으로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 대주주가 25% 이상 주식을 갖고 있어도 발행 주식 3%까지만 의결권이 인정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주주들이 주총 참석을 기피할 뿐 아니라 의결권을 받기도 힘들어졌다. 의결권을 받기 위해 주주 집을 방문해도 문전박대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후문이다. 주주명부엔 주주 이름과 주소밖에 없어서 의결권을 받기 위해선 집을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정족수 부족 문제는 감사 선임 외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제때 할 수 없게 한다. 가령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정관 변경처럼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의사결정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됨으로써 때를 놓치게 된다. 그 피해는 온전히 회사와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지수가 폭락하면서 모든 이들의 관심이 증시로 향한 사이 정작 자본시장의 근간이 되는 상장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총은 이처럼 멍들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주총 안전 개최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늘리거나 주총을 연기할 수 있게 하는 등 행정제재 감면에 초점이 맞춰졌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책으로 사상 초유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 불안과 경제주체의 줄도산을 막고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시작과 끝이 코로나19대책이어선 곤란하다. 경제 기초체력인 기업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기업을 위한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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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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