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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분양풍경-②)지방 분양 지연에 대행사는 ‘죽을 맛’
일정은 밀려도 홍보는 그대로…대면 접촉 기피에 현장 마케팅도 차질
2020-03-31 12:56:57 2020-03-31 12:56:57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건설사의 분양과 홍보 업무를 대신하는 대행업체는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방 분양 일정 다수가 밀리는 판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등 청약 흥행이 보장되는 지역은 사이버 견본주택만 공개하며 청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방은 분위기가 다르다. 수요가 탄탄하지 못한 탓에 현장 마케팅 등 청약 열기를 달구는 노력이 없으면 분양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이 밀리자 대행사들은 일감이 줄어들어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31일 다수의 분양 및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대폭 줄었다고 토로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지방 분양을 자주 연기하고 있다”라며 “대행사 일거리도 많이 감소했다”라고 언급했다. 온라인 분양 홍보 업무를 대행하는 한 관계자도 “요즘 분양홍보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부연했다.
 
분양 대행 관련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처럼 실제 지방 분양 일정은 대다수가 밀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공급된 분양 물량은 지난 27일 기준 1만5921가구다. 이는 지난해 말 집계된 3월 분양 예정 물량 3만4008가구의 46.8%에 그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에도 나타났다. 지난달 계획 물량은 1만5648가구였지만 실제 분양한 건 약 53%였다. 
 
물량이 계속 밀리면서 다음달 예정된 분양 물량은 최근 3년 중 가장 많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내달 전국에서 공급을 앞두고 있는 분양 물량은 5만4746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많고, 2018년 4만885가구보다도 약 34% 더 늘었다.
 
이처럼 건설사의 공급 일정이 늦어지면 분양대행사는 인건비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 분양 시기가 밀려도 분양 홍보 업무를 아예 중단할 수는 없어서다. 인력을 최소화해도 현장 투입 인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지연되는 기간만큼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현장 홍보 업무가 원활한 것도 아니다. 분양대행사는 지역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는 방법 등으로 단지를 홍보한다. 공인중개사가 수요자에게 단지를 알리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이같은 대면 접촉 마케팅에 어려움이 커졌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개관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청약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차질이 생겼다. 분양대행사는 경품이나 사은품을 제공하며 견본주택 방문객을 모집하곤 했다. 때로는 일부러 견본주택 밖으로 수요자를 줄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을 높여 청약 수요자를 최대한 모으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이버 견본주택만 운영하는 현장이 나오면서 수요자 관심을 유도할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케팅의 어려움은 청약 성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강원 속초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속초2차아이파크’는 일반분양 549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13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미분양을 모면한 단지도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열기가 미지근했다. 금호산업이 전남 영광군에서 공급한 ‘영광 금호어울림 더리더스’는 277가구 모집에 463명이 접수해 평균 1.67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분양 물량이 일시에 쏟아질 경우 대행사간 수주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대행사가 한번에 감당할 수 있는 분양 현장은 업체 규모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 인력이 더 많은 메이저 업체가 더 많은 일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건설사도 업체 규모를 고려해 대행사에 일감을 맡긴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시기가 겹치면 규모가 작은 대행사는 한번에 다 소화하지 못해 일부 현장만 가져가고 이는 과거 대비 일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이 적은 한 견본주택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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