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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스프레드 확대 '빨간불'…'채안펀드' 소방수 역할할까
'국채-회사채' 갭, 2012년후 최대…신용경색 우려 커져
금리 급등세 진정 전망…"채안펀드 최소 15조는 돼야"
2020-03-21 01:00:00 2020-03-21 01: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자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에서는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신용경색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펀드 증액 규모와 코로나19 진압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2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증시 안정을 위해 금융권이 공동 출자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과도한 스프레드를 좁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역할을 한다. 
 
현재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기업 펀더멘털 둔화 등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07%, AA-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945%로 마감했다. 두 채권 간 금리차인 신용스프레드는 0.838%포인트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했던 2012년 2월(0.85%포인트) 이후 8년만에 최대치다. 투자적격 등급 하단인 BBB-급 회사채(3년물)는 연 8.119%로 스프레드가 7.012%포인트에 달한다.
 
통상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수요가 줄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우량 회사채도 외면 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발전 자회사 포스파워가 지난 17일 500억원 규모 회사채(AA-)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미매각을 기록했다. 하나은행(AA)과 키움캐피탈(BBB+)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도 크게 줄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3조9678억원규모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발행액이 12조3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정부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채안펀드 조성계획을 공표하면서 크레딧 시장의 불안감은 축소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안 등은 추가 논의를 거쳐 이번 주 발표될 예정으로, 우량등급 회사채와 여전채, 은행채가 주요 매입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채안펀드 등 정부의 조치로 단기 유동성 부족 걱정은 덜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증액 규모와 매입 대상 범위, 코로나19 지속 여부 등에 따라 상황은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채안펀드 조성 발표 후 금리 흐름이나 한은의 국고채 매입, 미국과의 통화스왑 체결 조치 등을 감안하면 최근 금리 급등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회사채 스프레드는 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처럼 시행 이후 시차를 두고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채안펀드 운용 시작 시점부터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시장이 안정됐다"며 "(채안펀드가)기업들의 단기 유동성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지만 매입 대상이 우량기업에만 한정될 경우 비우량 기업의 부도 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08년 당시보다 빠른 대응은 시장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서도 "연간 만기도래 규모를 생각하면 10조원 정도의 펀드로는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전단채 중 높은 등급(회사채 A+이상, CP A20 이상) 물량이 무사히 상환된다고 가정할 경우 총 만기도래금액은 43조원 수준인데, 이 중 6월 이전까지 돌아오는 물량이 회사채 2조5000억원, CP·전단채는 25조8000억원이다"라며 "보수적으로 잡아 50%가 상환이 안 될 경우 채안펀드가 15조원 이상은 돼야 시장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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