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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재벌' 동서, 증여 맞물려 3세경영 급부상
2020-03-16 14:35:47 2020-03-16 14:35:47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맥심'과 '카누'로 대표되는 국내 커피믹스 1위 기업 동서식품을 핵심 자회사로 보유한 동서가 3세 경영을 놓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까진 경영권 승계 주도권을 김상헌 고문의 장남이 쥐고 있다. 여기에 차남인 김석수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동서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기며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동서 CI. 사진/동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큰 아들 김동욱 씨와 둘째 아들 김현준 씨에게 각각 동서 보통주 15만 주, 10만 주 등 모두 39억 원 규모를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김석수 회장의 지분은 19.29%에서 19.04%로 줄었지만, 두 아들의 지분은 그만큼 높아졌다. 김동욱 씨의 동서 지분율은 2.22%에서 2.37%로, 김현준 씨 지분율은 2.03%에서 2.13%로 높아졌다.
 
이들은 증여뿐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 주식도 사들인 바 있다. 동욱 씨는 2015년 12월부터 동서 7만639주(0.07%)를 22억원에 장내매수했다. 이 기간 현준 씨도 동서 7만283주(0.07%)를 22억원에 사들였다.
 
김석수 회장의 형인 김상헌 고문 자녀들도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김상헌 고문의 장남 김종희 전무는 2016년 동서 24만주를, 차녀 은정 씨가 같은해 3~6월 5만주, 막내딸 정민 씨가 7만주를 각각 사들였다. 김상헌 고문의 부인인 한예연 씨도 2016년 5~6월 동서 4만주를 장내매수했다. 2015년에는 김상헌 고문이 동서 80만주를 부인과 세 자녀에게 증여했다. 주식 액수만해도 약 180억원에 이르렀다.
 
김상헌 고문과 김석수 회장은 그간 형제경영을 해왔다. 아버지는 김재명 동서그룹 창업주(명예회장)이며 형은 김상헌 전 동서 고문이다. 동서는 동서그룹의 지주회사 격으로 유일한 상장회사다. 동서식품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상헌 전 회장은 2014년 3월 회장에 이어 2017년 4월에는 고문직 마저 내려놨다. 회장 퇴진을 계기로 동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고 현재 이창환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3세 경영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상헌 전 고문의 장남인 김종희 전무는 동서 기획관리부장, 경영지원부문 상무이사를 거쳐 2014년 8월 전무이사로 승진, 경영지원부문 기획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동서가 3세 가운데 경영승계 과정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인물로, 현재 1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전무의 동서 지분은 2005년만 해도 1.69%에 불과했지만 2006년 부친인 김상헌 전 고문으로부터 지분 상속 및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대했다. 김 전무는 김석수 회장(19.04%), 김 전 고문(17.59%)에 이은 세 번째 최대주주다.
 
반면 김석수 회장의 자녀들은 김 전무에 비해 30대로 나이가 어리고, 지분은 여전히 2%대에 머물러 있어 승계 과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평이다. 이처럼 2세 경영진 퇴진 시기와 맞물려 지분 증여하는 방식을 두고 동서가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동서 주가는 수년래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져 증여세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쓸데없는 불협화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증여 또는 주식 매수를 통해 자연스레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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