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끝까지 의정활동에 매진하는 한 국회의원 이야기
입력 : 2020-03-16 06:00:00 수정 : 2020-03-16 06:00:00
21대 총선이 딱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지역구 공천도 거의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지럽고, 기이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 선거운동이 벌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비례전용 정당' 준비에 열심이다.
 
동료 의원들과 국회 출입 기자들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 가운데선 가장 권위가 있는 '백봉신사상' 직전 해 대상 수상자 두 사람이 모두 총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어쨌든, 선거는 선거인지라 의정활동 보다는 다들 득표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국회를 통틀어 단 한 사람은 본연의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민생당 소속 법사위원, 채이배 의원이 바로 그 단 한 사람이다.
 
애초부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경제개혁 활동가로 잘 알려졌던 채 의원은 4년 간 모범적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20대 국회 개원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스스로 운전해서 등원하는 의원으로 주목 받았고 이후에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소속 정당의 어지러운 행보와 진영 대결의 격화 등으로 인해 '저평가 우량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채 의원의 행보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몇 장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채 의원은 지난 5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논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 심사 기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전력(벌금형 이상)을 제외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채 의원의 주장이었다. 그는 여야 의원 전원에게 '친전'을 발송하고, 문자 메시지도 쏘았다. 본회의에선 마지막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투표 결과는 부결.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미래통합당에서도 반대표, 기권표가 속출했다.
 
채 의원은 재벌그룹도 겨냥했다. 프랑스 사법부 등을 통해 확보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이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도입 대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혹을 법사위에서 폭로한 것.
 
추미애 법무장관은 "해외 조사 결과 및 판결문 등을 확인해보고,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 후 수사가 필요하다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대한항공 사측은 "현 경영진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내부 감사 등에 착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언론과 관계 당국의 주목도는 아직 낮지만 채 의원의 폭로는 글로벌 스캔들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세계 여러 항공사에 리베이트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고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사법당국과 무려 36억 유로(약 4조7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게다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국제적 수사도 이미 진행 중인 것.
 
채 의원은 이밖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댔다. 임직원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활용하기 위해 노사가 갹출해 만든 기금 성격인 자가보험을 주총에서 사측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순 없다는 것.
 
물론 채 의원의 이런 활동을 모두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대한항공 사측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상화주주연합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하지만 채이배가 없다면, 20대 국회의 마지막 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볼썽사나울 것이다. 그리고 채이배라는 워치독 덕에 우리의 시장 경제 질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것이다. 채이배는 아직도 이번 총선에 대한 자기 계획을 안 내놓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채이배를, 아니면 또 다른 채이배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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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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