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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장근로 합의했더라도 포괄임금제 단정 말아야"
버스 운전기사들 회사 상대 임금 소송서 원고 승소 취지 판결
2020-02-24 11:41:59 2020-02-24 11:41:5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포괄임금제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버스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미지급된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허모씨 등 전·현직 버스 운전기사 8명이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명시적으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했다고 판단한 다음 통상임금을 재산정하는 데 따른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포괄임금약정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개별 사안에서 근로 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했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허씨 등은 A사가 상여금, 근속수당, 성실수당, 휴가비를 제외하고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해 시간외근무수당 등 6개 법정수당을 지급했다면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2009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미지급된 법정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해 A사가 허씨 등에게 약 740만원~16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피고의 임금지급 방식이 포괄임금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의 임금체제가 포괄임금제에 해당해 원고들에게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또 "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서는 임금을 기본급과 여러 수당으로 명백히 구분하고 있고,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의 사전 합의가 있어 월별 보수액은 각 근무일수에 따른 기본급에다가 약정 초과 근로시간 등에 대한 여러 수당의 금액을 합산해 산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피고가 이러한 방식으로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다면 이는 실제로 포괄임금 방식의 임금지급 약정이 체결됐다거나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9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원고들이 지급받은 상여금과 근속수당, 2009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원고들이 지급받은 성실수당과 휴가비가 이 사건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심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에 따라 지급받은 임금에는 원고들과 피고가 정액으로 정한 기본임금과 법정수당이 전액 포함돼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법정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임금지급과 임금인상을 하기로 하는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 사건에서 일반적인 근로계약처럼 원고들과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약정하고,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한 후 그 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법정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되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포괄임금제 적용의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임금협정상 임금 체계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사전 합의를 전제로 월별 근무일수에 따른 기본급과 약정근로시간 등에 대한 제 수당 금액을 합산해 월별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에 불과할 뿐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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