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마스크 대란 유감
입력 : 2020-02-25 06:00:00 수정 : 2020-02-25 06: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대란(大亂)이다. 마스크가 사고를 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스크 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온라인에서는 물론이고 시중 약국을 다 돌아다녀도 마스크 한 장 살 수가 없었다. 재난을 이용해 마스크 등을 매점매석하고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정부가 집중 단속한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가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살 수 있었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던 마스크가 사라졌다.

마스크에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고 땅으로 숨은 것도 아니라면 마스크는 누가 어디에 쟁여둔 것일까. 하루에 600만장에서 1600만장으로 생산량이 늘었다는데 그 많은 마스크를 숨겨둘 창고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마스크는 멋을 내기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호흡기 전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누구나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할 위생용품이다. 식당이나 공공장소 혹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시민들을 보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까다로러워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공포에 대한 타인의 걱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들의 무례함에 화가 나서다. 굳이 마스크 착용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그랬더라도 이해는 하겠지만 공공장소에는 마스크없이 가지 않는 것이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이 시대의 기본 예의다.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진 '31번 환자'가 확진자로 대구에서 확인됐을 때만 해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게 됐다.
 
마스크는 바이러스에 대한 심리적 공포에서 일시적으로 해방시켜주는 '안정제'와도 같다. 만일 마스크가 없다면 바깥 출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맨얼굴로 다니면 타인들이 불안해할 것이고, 바이러스의 공포 때문에라도 마스크 없이는 스스로도 감히 바깥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조금 오래된 영화지만 짐 캐리가 열연한 영화 <마스크>에서 마스크는 소심한 짐 캐리를 딴 사람으로 만들어준 마법이었다.

시중에서 사라진 마스크는 중국으로 건너간 것도 아니고, 결국은 매점매석하는 유통업자들이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량생산되고 있는 마스크 공급과 유통을 정상화해야 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21일 '마스크 등 시장 교란행위 방지 추진상황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열어 마스크 시장 안정조치 등에 대해 논의한 후 "마스크 일일 생산량이 당초 600만장에서 현재 1250만장 이상까지 확대되면서 최대 1600만장 수준까지도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급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에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 느끼는 공포는 서울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 당장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려면 마스크를 정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해서 자연스레 국민 건강과 안전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 긴급명령으로 마스크 생산단계부터 유통 및 판매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전쟁물자' 수준으로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한다. 마스크 생산업체는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시중의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5~10배 오른 것일까.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1월27일 당일 배송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30개가 든 'KF94' 마스크 한 세트를 1만6500원에 구매한 바 있다. 그 날 이후 그 쇼핑몰에서 KF94와 비슷한 기능성 마스크는 품절됐다. 한 달이 다돼가는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정부가 매점매석을 단속해서 압수한 500여만개의 마스크 중 절반을 대구로 보냈으나 그 마스크를 샀다는 대구 시민은 없다. "앞으로도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면밀하게 점검해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는 당국의 말은 언제 실현되는가. 혹시라도 공무원들에게는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해주고 있어서 담당 실무자들도 시중의 마스크 대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홍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던 지난 해 10월 홍콩 정부가 '복면시위금지법'을 긴급 시행, 홍콩에서는 마스크 대신 영화에 등장한 조커 가면과 복면을 쓴 시위대가 등장했다.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1000만장이 넘는 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품절과 가격 폭등 등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는 건 무정부상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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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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