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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기생충’ 우리 살고 있는 동시대 얼굴”
“‘기생충’ 주제, 전 세계가 같은 시선으로 보는 문제”
2020-02-19 13:15:42 2020-02-19 13:15:4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봉준호 감독은 정확하게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1년 전 봉준호와 1년 후 지금의 봉준호는 전혀 다른 이름이 됐다. 영화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한 자리에서 그는 한국영화 최초이자 아시아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최초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공식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 그리고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쓴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또한 출연 배우들인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도 함께 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이자 아시아영화 최초이며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제작된 외국어영화로서도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수상 원동력은 이른바 ‘오스카 캠페인’으로 불린 아카데미 후보작들만의 독특한 홍보 과정이 큰 몫을 했단 분석이 많았다.
 
봉준호 감독. 사진/뉴시스
 
봉 감독은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 같은 회사에 비하면 우린 훨씬 작은 예산으로 ‘캠페인’에 뛰어 들었다”면서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 열정으로 버텼다. 공식 캠페인 기간 동안 인터뷰만 600차례,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동안 ‘기생충’의 아카데미 경쟁작들은 LA시내 광고판을 점령하며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생충’은 투자 배급사인 CJ와 제작사인 바른손 그리고 배우들의 팀워크로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물량 공세에 맞섰다.
 
봉 감독은 난생 처음 경험한 ‘오스카 캠페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가감 없이 전했다. 그는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거장 감독들이 왜 그 바쁜 시간을 들여서 이런 캠페인에 참여하는 지 이해가 안됐다”면서도 “시간이 지나자 이 정도로 세밀하게 각각의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고 또 캠페인을 통해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 제작 과정을 되새김하는 것이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또 논란도 됐던 봉준호 감독의 발언도 이날 국내외 외신 기자들의 관심이었다. 바로 작년 10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이 발언한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다. 그는 “아카데미를 도발하기 위한 계획된 발언이란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면서 “처음 캠페인을 경험하는 데 난 그럴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인터뷰 도중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일 뿐이다”고 웃었다.
 
봉 감독은 전작인 ‘괴물’ 그리고 ‘설국열차’에서도 빈부격차에 대한 시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바 있다. 그 해석의 정점이 바로 ‘기생충’으로 연결됐단 분석이 지금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유독 ‘기생충’에 대한 높은 관심에 대해 봉 감독은 “전작 두 작품과 달리 ‘기생충’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대한 환경을 담고 있다”면서 “그래서 공감대가 높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같은 시선으로 보는 주제였고 현실이기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뿐만 아니라 특히 국내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큰 관심을 받아왔다. ‘기생충’이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지만 국내에서 1000만 흥행을 만들어 냈다. 해외 언론의 눈에는 아이러니로 보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 영화가 우스꽝스럽고 코미디 적인 면이 강하다. 반대로 빈부격차의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씁쓸하고 쓰라린 면도 있다”면서 “그걸 1㎝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그런 부분을 정면 돌파했다. 관객이 불편하고 싫어할까 봐 그런 두려움에 영화에 달콤함을 입히고 싶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한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고 그리려고 했던 게,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순 있어도 이 영화가 택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자신의 동상과 생가 복원 작업 추진을 하고 있단 점에 대해선 크게 웃으면서도 거북스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런 얘기는 내가 죽은 뒤 해주셨으면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란 생각으로 넘기고 있을 뿐이다”고 웃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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