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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80번 환자 유족에 2천만원 국가 배상"
유족 측 "액수 적고 병원 과실 인정 안 돼"…항소 방침
2020-02-18 17:11:06 2020-02-18 17:11:0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80번 환자 유족이 정부와 병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환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31명에 이르는 등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라 특히 관심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 김모씨의 유족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을 상대로 낸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원고들에게 총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해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며 김씨의 아내에게 1200만원, 아들에게 80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 책임 일부를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김씨는 지난 2015년 5월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는 '슈퍼 전파자'로 알려졌던 14번 환자가 머무르고 있었다. 병원 측은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씨는 3일간 같은 응급실에 머물다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메르스 격리해제 조치를 받았다가 열흘 뒤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양성 반응과 음성 반응을 반복해 나타낸 그는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가 같은 해 11월25일 숨졌다.
 
유족 측은 국가와 삼성서울병원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총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대병원에도 김씨의 감염력이 매우 낮음에도 격리해제를 하지 않아 지병에 해당하는 기저질환을 적기에 치료하지 못 하게 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국가의 책임만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지연하고,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가 부실했던 점을 인정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고 밝혔다. 림프종이라는 기저 질환과 메르스 사이에서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치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병원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은 "정부가 14번 환자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김씨를 격리할 수 있었다. 감염에 따른 책임이 1차적으로 있다"면서 "국가 배상 책임 부분에서 위자료 액수가 상당히 적다는 판단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병원 측이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는데, 1심은 의료진이 부득이한 결정에 따라 치료했고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의료과실 판단을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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