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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수당 3천만원 공약에 살인 전과자 예비후보…기상천외 원외정당 범람
준연동제 비례대표제 겨냥해 우후죽순 창당
"득표율 3% 넘어야 의석 배분, 현실성 없는 정치 이벤트"
2020-02-13 18:00:00 2020-02-13 21:09:0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군소 원외 정당들이 쏟아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첫 선거인 만큼 국회 진입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원외 정당들은 출산수당으로 3000만원 상당을 지급하거나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등 기상 천외한 공약을 내세워 당세 확장을 꾀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총 39개이며, 창당을 목표로 하는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는 26개다. 이들이 모두 창당을 완료할 경우 총 65개의 정당이 21대 총선을 준비하게 된다.
 
후보자 등록일이 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등록 정당 수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원외 군소 정당들은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기성 정당과 차별화된 이색 선거 공약을 내세웠다.
 
이웅진 선우 대표가 만들어 관심을 모은 '결혼미래당'은 결혼육아 전담 정부부처를 신설하는 공약을 내놨다. 전 국민이 결혼정보 서비스를 무료로제공받고, 3000만원의 결혼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곁들였다. 소득에 따라 최대 10년 까지 신혼부부 임대아파트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경제공화당 소속 후보로 출마해 화제를 모았던 허경영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20세 이상국민에게 1인당 150만원,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추가로 1인당 월 7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놨다.
 
여기에 결혼하면 1억원을 지원하고, 주택 자금 2억원까지 영구 무이자로 지원하는 '결혼장려공약'도 내놨다.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으로 축소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공약도 포함됐다.
 
청년 청당으로 유명한 우리미래(우리당)은 만 16세 선거권을 도입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여기에 기본소득 월 30만원 보장,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연합의 통일을 위한 통일연방제 구상, 동북아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통일익스프레스 개통,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공간으로 통일특별자치도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통일 정책도 내놨다.
 
종교 정당인 기독당은 정책으로 1국가 2체제 통일 국가 준비, 성경 말씀에 어긋나는 정책에 대해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선회, 낙태금지, 반이슬람 등을 정책으로 내놨다.
 
환경·이념·종교 등 특정 가치를 내세워 표를 호소하는 정치 세력도 있다. 페트병살리기운동본부 대표로 활동해온 '가자환경보호당' 창준위는 '탈이념·친환경'을 내세웠다. 비례대표 의석을 받으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의원을 대거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한국의 규제환경에 지친 정보기술(IT)벤처·스타트업인들이 주축이 된 '규제개혁 비례당(가칭)',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통해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핵나라당' 등도 창당을 준비 중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를 거치며 '부패한 진보'와 '뻔뻔한 보수'에 환멸과 염증을 느낀 2040 청년 모임 '브랜드뉴파티'도 있다.
 
살인, 미성년자 성범죄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신생정당의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실제로 국가혁명배당금당 소속으로 예비후보에 등록한 사람이 900명이지만, 그 중 전과자가 200명이 넘는다. 살인, 준강제추행, 미성년자 강간 등의 흉악범죄 전과자들도 다수 등록돼 있다. 배당금당은 공천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흉악범죄 전과를 가진 후보가 출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법 체계에서 전과자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들의 총선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다.
 
군소 원외 정당들이 비례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서는 70만 표 수준의 정당 득표율 3%를 넘어야 하는데, 현실의 벽도 만만치 않다. 자극적인 공약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우선 끌겠다는 정치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투표용지 수개표 상황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투표용지는 역대 가장 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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