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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직한 후보’ 라미란 “이 영화 속 김무열을 기대하라”
“이번 영화 ‘대놓고 웃기자’는 심정으로…내 안에 모든 것 쏟아”
예상 밖 김무열 존재감 ‘최고’…“김무열이 웃긴다고 상상했겠나”
2020-02-13 00:00:00 2020-02-1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라미란은 충무로에서 대체 불가다. 코미디의 영역으로만 보면 그렇다. 그는 사실상 ‘코미디 국가대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라미란과 같은 연기 스타일을 보이는 여성 배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생활형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대사와 표정과 몸 연기의 엇박자는 ‘라미란의 전매특허’다. 이 정도면 ‘코미디의 여왕’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오히려 그 찬사가 라미란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의 이 같은 재능이 폭발한 원맨쇼다. 그는 적재적소에서 웃기고 또 웃긴다. 사실 진짜 놀라운 점은 라미란은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배우적 필터링을 거치면 장르를 불문하고 연기의 맛은 진짜가 돼 버린다. ‘정직한 후보’ 속 ‘주상숙’이란 인물이 라미란을 통해 웃기는 게 아닌, 그 인물 자체로 웃음을 주고 엇박자의 리듬감으로 관객의 예상과 호흡을 빼앗아 버리는 방식이 기상천외했다. 이건 라미란이 아니면 불가능한 배역이고 연기다. 그래서 그는 대체 불가다.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 외에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결과물이 됐다.
 
배우 라미란. 사진/NEW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라미란이다. 그는 의외로 차분했다. 사실 ‘배우’ 라미란과 달리 ‘인간’ 라미란은 예상 밖으로 조용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란다. 물론 유머 감각이 남다른 라미란만의 MSG발언이라고 여겨도 좋다. 그는 조용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로 ‘정직한 후보’에 대한 자신감과 좋은 분위기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데뷔 이후 두 번째 원톱 주연이다. 그럴 만 하다.
 
“너무 소중하게 얻은 기회이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저희 같은 조연급 얼굴을 가진 배우들은 처음 주연을 잡으면 잘 돼야 해요(웃음). 지난 해 ‘걸캅스’로 첫 주연을 맡은 뒤 예상 밖을 너무 잘돼서 고마웠고 감사했죠. 이번 영화가 잘돼야 제가 계속 주연으로 잘 나갈 수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하하하.”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직설적인 농담이지만 라미란이기에 밉지 않은 자신감이었다. 두 번째 주연 제안이기에 그 역시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단다. 그건 배우로서의 분명한 욕심이다. 주연 전작인 ‘걸캅스’때와 임하는 자세도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름대로 작품 전체에 대한 조율을 하면서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 전작은 코미디가 아니었다면 이번은 완벽한 코미디였기에.
 
배우 라미란. 사진/NEW
 
“전 ‘걸캅스’를 절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임했어요. 그래서 간혹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코미디를 집어 넣는 게 너무 힘들었죠. 반대로 이번에는 ‘대놓고 웃기자’는 심정으로 달려 들었어요. 관객들이 분명히 저한테 기대하는 지점이 있거든요. 그걸 최대한 끄집어 내서 다 쏟아내자. 그런데 매번 느끼지만 코미디? 정말 어려워요.”
 
정말 어려웠던 점은 이 영화가 동명의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란 점이다. 물론 국내 상황에 맞게 각색이 됐다. 하지만 기본적인 정서와 감정은 모두 원작과 비슷하다. 더욱이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원작이나 리메이크된 한국 버전이나 주인공이 모두 정치인이란 점이다. 참고로 라미란은 ‘부끄럽다’는 말을 전제로 정치 문외한이라고 고백했다. 기성세대로서 분명히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정말 그 부분은 부끄러워요. 그런데 전 제 생업인 연기도 제대로 못하는 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서 정치 같은 것에는 지금도 관심이 없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부담이 됐지만 정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접근했어요. 사실 거짓말을 통해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정치인이잖아요.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선 이 영화에 정치적 색채를 칠해서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 몫은 아니죠. 나름대로 좋은 시기에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원작 대비 각색도 정말 잘 돼서 원작을 안 봐도 충분히 웃고 즐기실 수 있어요.”
 
배우 라미란. 사진/NEW
 
‘정직한 후보’가 웃기고 유머스럽고 정치인들의 낯부끄러운 두 얼굴을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라미란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이 8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2할도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분량의 차이와 부분의 차이로 기여도를 따질 수는 없다. 특히 ‘정직한 후보’에선 압도적으로 라미란의 호흡이 최우선이었지만 그 호흡을 받아주는 상대 배역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우 그럼요. 저 혼자 이 얘기를 완성할 수는 없죠. 김무열 윤경호가 없었으면 ‘주상숙’은 완성이 안됐죠. 사실 이 영화에서 제일 놀라운 점은 무열씨에요. 그동안 처절하고 액션이 많은 장르만 해오셨는데, 이 영화를 한단 말에 ‘왜 한데?’라고 제가 오히려 반문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나 경호씨 같은 사람은 이미 웃길 것이라 예상이 되잖아요. 그런데 무열씨를 보면 누가 웃긴다고 생각이나 하겠어요(웃음). 그래서 저희 영화 히든카드가 바로 무열씨에요. 하하하.”
 
그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연기부터 웃기고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면이 강한 캐릭터까지 의외로 연기 스펙트럼이 무한대에 가까운 배우로도 유명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블랙독’에서의 면모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배우 손예진과 함께 한 영화 ‘덕혜옹주’ 속 라미란의 모습을 기억하는 영화 마니아들도 있다. 가장 유명한 ‘응답하라 1988’ 속 ‘정봉이 엄마’로 라미란의 진심을 보는 팬들도 많다.
 
배우 라미란. 사진/NEW
 
“모두 너무너무 소중한 작품들이에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어요(웃음). 그래도 항상 절 찾아주시는 작품들 속에서 이야기가 좋고 느낌이 좋으면 손이 가고 마음이 가요. 의외로 저한테는 지금까지 항상 이미지가 겹치는 작품이 연이어 들어오지 않아서 항상 감사했죠.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날지 설레이고 그래요. 우선은 ‘정직한 후보’가 너무 잘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극장 오시는 게 꺼려지실 텐데, 혹시라도 오시면 저희 영화 보시고 힐링하고 가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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