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미래한국당, '보조금 사기' 될 수 있어
2020-02-13 07:00:00 2020-02-13 07:00:00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미래한국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도당에 이어 중앙당 창당까지 마치고 정당 등록절차만 남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이던 국회의원 4명이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당 의원들이 미래한국당 소속으로 당적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정당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래한국당의 창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형사고발을 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아랑곳없이, 그리고 노골적으로 미래한국당 창당을 강행하고 있다. 논란이 있더라도 의석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등은 이런 '비례용 위장정당'이 생기는 것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니 세계 어디에서도 이런 비례용 위장정당을 창당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니 입법에 대비를 못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래한국당은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꼼수'인 것이다.

그러나 정말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선거에 참여하게 놔둬도 되는 것일까. 만약 20명 이상의 한국당 의원들이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서 그 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또 하나의 심각한 법적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일종의 '보조금 사기'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은 독특하다. 전체 정당 국고보조금의 50%를 원내교섭단체들에게 우선 배분한다. 가령 원내교섭단체가 3개 존재한다면 정당 국고보조금의 절반을 각 원내교섭단체에 3분의1씩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비 원내교섭단체들은 나머지 절반을 놓고 몫을 가져간다. 

일단 이렇게 원내교섭단체에 국고보조금 배분의 특혜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다. 특히 현행 정치자금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미래한국당 사례처럼 특정 정당이 의석을 쪼개 다른 원내교섭단체를 하나 더 설립하게 되면 국고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A당, B당, C당의 3개 원내교섭단체가 있는데, B당이 자기 정당의 국회의원 20명을 보내서 D당을 창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A, B, C당이 각 3분의1 씩을 배분받던 국고보조금을 A, B, C, D당 4당이 4분의1 씩을 배분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A당과 D당이 사실상 하나라면, 이들은 3분1을 배분받아야 하는 국고보조금을 2분의1이나 배분받게 된다(A당 4분의1과 D당 4분의1을 합치면 2분의1이 된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런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래한국당이 창당되고 국회의원 숫자가 20석을 넘게 되면 이런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 이런 행태를 과연 적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이 적법하다면 다른 정당들도 국고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서 의석을 쪼개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수 있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받은 다음에는 쪼개졌던 위장정당과 다시 합당을 하면 어쩔 것인가.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선거가 있는 해에는 평상시에 지원되는 경상보조금 외에 선거보조금을 더 지급하기 때문이다. 가령 미래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2020년 1분기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외에, 3월 말에 선거보조금을 최소 55억원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이 받을 선거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제1당인 민주당보다 몇십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더 받을 것이다. 이것은 민간사업자가 위장사업체를 세워서 국고보조금을 더 받는 것과 유사한 행태이다. 이런 행태가 과연 적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비례용 위장정당을 세워서 보조금을 더 지급받는 것은 '그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미래한국당은 독자적인 정당으로 볼 수 없는 위장정당이고, 이런 위장정당을 세워서 보조금을 정당한 금액 이상으로 지급받는 것은 사회통념상 부정한 방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한국당을 보조금 사기 혐의로 처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당 스스로 '꼼수 위장정당'을 포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