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증권사들이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CFD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등 진입 문턱을 낮추면서 기존 중소형사 중심으로 이뤄졌던 CFD시장에 초대형 증권사들까지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투자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자산가의 세금 회피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국·미국·홍콩 주식 2000여 종목을 대상으로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개시했다.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CFD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처음이다.
CFD는 투자자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주식 없이 매도 주문을 낼 수 있어 사실상 공매도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낮은 증거금으로 최대 10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주가 하락 구간에서 헤지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교보증권이 CFD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CFD 계좌는 총 521개로 일평균 거래액은 339억원, 총 잔액는 252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합류했다.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이 완화되면서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빨라진 결과다.
앞서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개인전문투자자자 자격 요건을 기존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에서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월말 평균잔고 기준 5000만원 이상 보유 경험이 있는 자'로 낮췄다. 연 소득은 1억 원(부부합산 1억 5000만 원)이면 전문투자자로 인정되며 자산기준도 총자산 10억 원에서 거주 부동산·임차보증금 및 총부채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로 완화했다.
키움증권 한 관계자는 “CFD 관련 잔액이나 거래량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작년 개인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돼 투자 가능한 대상자가 늘면서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FD 거래 증가와 함께 공매도를 부추기고,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CFD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고, 대량보유 및 공매도 보고의무도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감원 역시 작년 말 키움증권과 교보증권에 대해 CFD 관련 부문 검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중점 조사 계획에 CFD를 포함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와 연계된 불법행위 등을 포함시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CFD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평가가 일부 있지만, 거래 자체엔 위법 요인이 없다는 점은 당국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개인전문투자자 수를 늘리기를 위한 마케팅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만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CFD가 투자 채널의 하나로 부각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증권사의 수익이나 수수료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투자자에겐 투자 수단의 하나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면 우려점도 있겠지만, 아무나 CFD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CFD 거래를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초대형 IB들도 CFD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관련 시장은 올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에 CFD 관련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올해를 목표로 CFD서비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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