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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덮친 우한 폐렴, 경제 전반 타격 우려…항공·관광·면세 등 '비상'
"중국 여행 상당수 취소"…메르스·사스 사태 재현될까 우려
2020-01-28 16:51:15 2020-01-28 17:06:37
[뉴스토마토 김은별·김하늬·김지영 기자] "공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99% 마스크를 착용하고 여행객도 80% 이상 마스크를 썼어요. 분위기가 장난 아니에요." 인천공항을 다녀온 승무원 A씨는 이렇게 전했다.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B 씨도 "중국인들이 평상시보다 많이 줄었는데 더 줄지 않을까 싶어요. 돌아가는 비행기 편도 많이 막혔다며 중국인들도 서로 걱정하는 분위기에요"라고 전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관광객 수에 크게 영향받는 항공, 관광, 면세 등을 중심으로 산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나아가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 완화로 개선되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돼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지난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02년~2003년 발생했던 '사스(SARS)'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는 여행객들. 사진/뉴시스
 
중국인 관광객과 밀접한 항공, 여행, 면세, 화장품 업계 등의 긴장감이 높다. 전 세계적인 질병 발생 시 외래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며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메르스, 사스 사태 당시 이를 경험했다.
 
호텔·여행업계는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여행은 상당수 취소 분위기"라며 "관광지 폐쇄 전례는 이전에 없었던 만큼 체감상 메르스 때보다 심각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이번 주 출발하는 중국 여행 예약 취소 건에 대해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일부 서울에 위치한 호텔에서도 중국 관광객이 머물 예정이던 객실 50개가 한 번에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한 호텔 관계자는 "현재도 취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라며 "통상적으로 지금 시기에 2, 3월 예약이 들어와야 하는데 앞으로 6개월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인천공항 중국행 탑승권 발권 창구. 사진/뉴시스
 
항공업계는 우한 노선을 비롯해 중국 노선 대부분을 운휴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오는 31일까지 운휴했으며 동일 노선 신규 취항을 준비하던 티웨이 항공은 일정을 미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4일 이전 발권한 중국 노선·중국 경유 노선에 대해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제주항공도 부산과 무안에서 출발하는 장가계 노선과 무안~싼야 노선 운영을 중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 취소표 문의가 늘었고 중국은 물론 해외 여행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여행 수요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예정, 단체 관광객 입국 등으로 훈풍이 불던 면세업계도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중국 정부에서 지난 27일부터 해외 단체 여행을 금지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업계에서는 사스, 메르스 당시 악몽이 재현될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장은 한산한 편인데 춘절 영향으로 보따리 상이 돌아가서인지 폐렴 때문인지 모르겠다"라며 "일단은 매출보다 확산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사스와 메르스 때와 현재는 시장 상황이 다르고 해외 이슈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까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스크를 쓰고 고객을 응대하는 면세점 직원. 손소독제도 비치돼 있다. 사진/롯데면세점
 
면세점 채널에서 약 40%의 매출이 나온다고 알려진 화장품 업계도 덩달아 분위기가 좋지 않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4분기까지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이 괜찮았는데 면세 실적이 관광객 수와 비례하다 보니 관광객 수가 줄면 면세 채널이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라고 걱정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4일부터 급하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 직원의 일일 발열 체크와 매장 및 인도장 근무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손소독제를 매장 곳곳에 배치했다. 신라면세점도 비상 대응 TF를 구성해 임직원 및 고객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영업장 예방활동을 강화했다. 이외 주요 기업에서도 중국 내 출장을 자제하고 중국 법인에 손소독제를 전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르스나 사스와 비교했을 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춘제(중국의 설), 변종 발생 가능성 등 우려 요인이 있으나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발생한 2015년5월 133만4000여명에 달하던 외래관광객은 다음달인 6월 75만명, 7월 63만명으로 급감했다. 2015년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1포인트나 떨어지며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차, 3차 감염 확산 우려로 공공장소를 찾지 않는 등 소비 위축 현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성장률 또한 크게 둔화됐다. 2015년 2분기 GDP가 전기대비 0.2% 증가에 그쳐 전분기 0.9%에 비해 큰 폭 둔화됐다. 사스 우려가 본격화된 2003년 방한 외래관광객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그해 5월과 6월 외래관광객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국제선 운항이 일부 중단되며 여객은 30~40% 가량 감소했다. 면세업계도 매출이 적게는 20%에서 50%까지 줄어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사스의 경우 2003년 2분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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