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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스터 주: 사라진 VIP’ 이성민 “동물과 연기, 정말 힘들었죠”
“코미디? 사실은 휴먼 드라마 이야기…김 감독이 만들 이 얘기 궁금”
“‘동물 공포증’ 너무 힘들었다, 고양이 기겁한 장면 연기 아닌 ‘진짜’”
2020-01-25 00:00:01 2020-01-25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이성민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통해 정말 특이한 두 가지 경험을 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동물 두려움을 앓는 이성민이 군견 출신의 세퍼드 알리와 단짝이 돼 연기를 했단 점이다. 그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수준을 넘어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절친 동생 배정남의 반려견 때문에 배정남의 집 초대에 응하기까지 무려 4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멋쩍어했다. 두 번째는 사람이 아닌 배우와 연기한 두 번째 작품이다. ‘로봇, 소리에선 무생물의 깡통 로봇과 연기를 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살리면 별 것 아닐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게 절대 기피 대상이 바로 아기동물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예측 불가능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단다.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세퍼드 알리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단다. 참고로 영화 촬영이 끝나갈 때쯤 알리와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반대로 알리의 속마음을 알고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다며 웃는 이성민이다.
 
배우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이성민과 만났다. 같은 날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이성민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한다. 그는 멋쩍은 웃음으로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우선은 남산의 부장들에선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등 걸출한 후배들이 출연한다. 반면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본인이 오롯이 끌고 가야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좀 더 애정이 간다고.
 
“’남산의 부장들은 덜하고 이 영화가 더하다. 뭐 그런 개념은 아니에요. 거긴 제가 아니라도 신경 쓸 배우들이 많잖아요. 우린 김서형 배정남 등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짐을 지우게 하기 보단 제가 전면에 나서서 알려야 하고. 그리고 영화가 되게 색달라요. 이런 소재가 있었나 싶을 정도니까. 그래서 참 호기심도 생겼고, 재미있겠다 싶었죠.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해요. 설 연휴에 딱 인 영화 아닌가요?(웃음)”
 
사실 이번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 처음 홍보가 됐다. 이성민은 절대 코미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한 남자의 특별한 능력이 소재가 되는 얘기다. 코미디적인 감각이 상당부분 소비가 된다. 하지만 진짜 감성은 가족 단위 관객들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소개한다. 충분히 그럴 만한 요소가 많기는 하다.
 
배우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처스
 
이게 사실 작정하고 코미디로만 달려갔다면 얘기도 많이 달라졌을 거에요. 지금의 결과물보다 훨씬 더 거칠어졌을 거에요. 제가 이런 휴먼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 로봇, 소리도 그래서 출연했었고. 소재가 굉장히 특이하잖아요. 그런데 진짜 궁금한 건 감독님 때문이에요. 이번 영화를 만든 분이 또 하나의 약속그리고 재심을 만드셨던 김태윤 감독이에요. ‘이 감독이 이런 영화를?’ 굉장히 궁금했죠.”
 
앞서 언급했지만 문제는 이성민이 동물 공포증이 있단 점이다. 본인 역시 이점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참고 연기를 했다. 참고한다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연기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실제로 영화에는 이성민이 기겁을 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이 장면은 이성민의 연기가 아니다. 실제 그 자체다. 그는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몸이 반응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웃었다.
 
제가 개나 고양이 자체를 만지질 못해요(웃음). 특히 어린 강아지는 어떻게 잡아야 하고 만져야 할지를 도통 모르겠어요. 그냥 겁이 나요. 그런데 알리는 워낙 큰 녀석이라. 하하하. 영화에서 알리가 저한테 달려드는 장면에서 정말 초반에는 소스라치게 놀랐죠. 초반에 딸로 나온 소원이가 저한테 고양이를 안기고 가는 장면에서 제 표정을 보시면 아세요. 그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 무서워서 그런 거에요. 하하하.”
 
배우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처스
 
무서운 것도 문제지만 동물은 영화 촬영에서 금기시되는 소재 중 하나다. 예측 불가능한 배우들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동물이라고 해도 동물은 동물이다. 알리는 군견 출신으로 훈련이 철저하게 된 세퍼드다. 현장에선 알리와 알리의 대역견 두 마리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정말 힘들었다며 이성민은 혀를 내둘렀다.
 
실제 영화처럼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웃음). 장면마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없었죠. 변수가 정말 많았어요. 같이 걸어가는 장면에선 속도 조절도 안되고 간격도 자꾸 안 맞고. 그나마 알리는 훈련이 된 개라 좀 괜찮았는데. 알리 대역견은 정말 고역이었죠. 동물에게 해를 가하는 장면은 모두 CG였는데, 그 장면에선 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연기를 하려니 그것도 참 고역이었고(웃음).”
 
그는 동물과의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하며 영화 속에 등장한 세퍼드 알리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뒷 얘기를 더 공개했다. 우선 알리와는 초반에는 서먹서먹한 사이였고, 동물 공포증 때문에 가까이하지 못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촬영이 끝난 뒤 만난 알리가 그렇게 반가웠다고. 하지만 알리의 뜻 밖의 반응에 놀랐단다. 영화 초반 자신을 기겁하게 만든 고양이 때문에 감독 눈치를 본 사연도 있었다.
 
배우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처스
 
알리는 처음엔 무서웠죠. 그렇게 큰 개를 처음 봤으니. 그런데 교감을 하면서 나중에는 좀 편해지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알리를 만나서 반가워 끌어 안아 보려고 하니 이 놈이 고개를 획 돌리며 날 거부하는 거에요. 알리 보호자인 소장님이 알리가 싫어해요라고 해서 당황했죠. 연기를 하면서 제가 막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그게 알리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데요. 그리고 제가 기겁한 고양이가 사실은 감독님이 기르던 고양이에요. 영화에선 편집됐는데 그 고양이를 제가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감독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눈치가 보였는지. 하하하.”
 
영화는 동물들 외에도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성민의 단짝 알리는 배우 신하균이 맡았다. 같은 소속사 인연으로 신하균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이성민이 친분을 이용해 목소리 출연을 부탁했을 법도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단다. 그는 동물 목소리 연기 좀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엄연히 연기이고 출연 제안이지만 그랬다고.
 
제가 뭘 나서서 한 건 없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동물 목소리 연기가 캐스팅이 안됐고 어려움이 있었죠. ‘저 염소 연기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보세요. 그 상황이 어떨지(웃음). 저나 감독님이나 난감했는데, 유인나 이선균 이정은부터 김보성 그리고 김수미 이순재 선생님 등이 흔쾌히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특히 정남이는 제가 힘을 써서 캐스팅이 된 줄 아시는 분이 많은 데 절대 아니에요. 그 역도 캐스팅이 정말 안됐는데, ‘보안관때 같이 한 경험이 있어서 한 번 생각 해보세요했는데 감독님이 몇 번 만나고 하시더니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동물 배역 하나 더 추가한 셈치죠하시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이성민. 사진/리틀빅픽처스
 
비슷한 시기에 출연작이 함께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같은 날 개봉을 하게 됐다. 배우 입장에선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단다. 그래도 우선은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가 조금 더 잘됐으면 한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그 속마음에는 분명히 민망함과 죄송함이 담겨 있었다.
 
개봉 시기는 배우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관객 분들에겐 죄송하고 미안하죠. 두 영화 외에도 드라마 머니게임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특이한 상황이긴 해요. 촬영 시기도 달랐는데 어쩔 수 없이 같은 날 개봉을 하게 됐네요. 타깃 층이 완벽하게 다르니 그나마 다행이고, 결과적으로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설 연휴에 가족끼리 미스터 주보시고 친구들과 남산의 부장들보러 극장 많이 와주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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