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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프로젝트 상폐에 직원 이탈까지…블록체인, 돌파구 마련 시급
불황 탓 조직 축소 긴축 경영…프로젝트 자금난 본격화
업계 "기술 육성 외 암호화폐업 제도화 필요" 주장…생태계 정화되는 과도기란 시각도
2020-01-21 14:43:10 2020-01-21 14:43:1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업계가 인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잇따른 퇴사 이야기가 들리는가 하면 유력 프로젝트의 상장 폐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 기조 외에 암호화폐(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이 조속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규모의 국내 A 암호화폐 거래소는 올해 긴축 재정으로 직원들이 회사를 자의반 타의반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보다 직원 규모는 30%가량 줄었으며 이달 들어서만 커뮤니케이션팀이 절반으로 축소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달 말 퇴사하는 A 거래소의 직원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통과가 지연되는 등 업계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직원들이 사이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콘텐츠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관계자는 "블록체인 PR 담당 직원들이 많이 퇴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에는 '탈블(블록체인 이탈)'이라는 웃기 힘든 단어가 회자되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엄격해진 상장 폐지 정책 탓에 거래 지원이 종료되는 프로젝트도 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왓챠'의 콘텐츠프로토콜(CPT)은 코인원에서 상장 폐지됐으며, 코스모코인(COSM)은 코인원에서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모두 거래량 부족이 이유다. 이들 코인은 모두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의 파트너다. CPT는 대부분의 거래가 업비트에서 이뤄지고, COSM은 기타 대형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소리 없이 폐지되는 코인도 잇따르고 있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서는 지속해서 상장 폐지되는 종목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투자업체 관계자는 "거래량이 부족하다는 건 프로젝트 자금사정이 안 좋다는 의미도 된다. 대부분의 코인들이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몇몇을 제외하면 ICO(암호화폐공개)로 모금한 자금이 떨어질 시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 시기를 블록체인 생태계가 정리돼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과도기적 단계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초기 '묻지마 창업'과 정부 창업지원제도 악용 등 부작용을 딛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의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불리는 유망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업계처럼 아이디어와 백서 몇 장으로 자금 모금을 쉽게 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있었을까"라고 반문하며 "블록체인 서비스와 실 사용자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 ICO를 이용한 자금 모금을 배제할지언정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스타트업, 대기업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으니 점차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도기를 거치고 부실 프로젝트가 정리되면 내실 있는 프로젝트만 살아남아 투자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당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중심의 육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블록체인 육성 사업에 343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공공 중심의 블록체인 육성과 함께 민간 부문의 블록체인 서비스 확산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업을 규율하는 특금법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형 거래소의 관계자는 "암호화폐업이 제도권에 하루 빨리 진입해 가상자산을 활용한 투자 환경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공공 중심의 블록체인 서비스 육성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역동적인 서비스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블록체인 서울 2019 컨퍼런스 모습.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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