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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 증명하는데…직원들은 "이명희 폭행 못 봤다" 아이러니
"이 전 이사장, 욕설·폭행 피해자들과 거금에 합의했을 것"
2020-01-14 18:31:35 2020-01-14 18:31:35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공사장에서 관계자들에게 손찌검을 하고 수행기사를 때리고 욕설을 내뱉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갑질' 파문이 일어 법정까지 서게 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법정에서 직원들이 그런 이 전 이사장을 비호하고 나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씨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법정에 선 경비원 권모씨와 운전기사 박모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열린 이씨의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폭행과 폭언을 듣거나 본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권씨는 고함을 치는 것은 봐도 물건을 집어 던지고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면서 '같이 근무하는 분들 중 욕설을 들었다거나 하는 내용을 아는 것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 역시 "이 전 이사장이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저도 급해서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시키는 일만 잘하고 요령을 피우지 않으면 모시기 편한 분"이라고 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사 및 경비원 폭행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의 증언은 이씨가 받는 혐의와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9명을 상대로 22차례에 걸쳐 고성을 지르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져 상해를 입히는 등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로 지난 2018년 말 불구속 기소됐다.
 
공소장을 보면 그는 음식 재료를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을 던져 상처를 입히거나 정원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꽃을 던지는 등 12차례 물건을 던져 물리적 폭행을 가했다. 또 약속 장소에 늦었다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았다면서 운전석 시트를 3~4차례 발로 차는 등 7차례 발차기를 한 정황도 있었다. 신체를 비하하거나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하는 등 폭언과 욕설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이 전 이사장의 행위는 직원들의 동영상 고발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그랜드하얏트인천 증축 공사 현장에서 직원들의 어깨를 밀치고 설계도면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동영상에는 운전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등장했다.
 
당초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는 11명이었고 이 중 10명이 이씨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5명이 마음을 바꿔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때 이씨가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과도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증거가 나온 경우는 이미 피해자, 증인들과 합의를 봤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조사에서 폭행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재판부 판단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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