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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고용시장 왜곡 경계해야
2020-01-15 06:00:00 2020-01-15 06:00:00
"창업을 말리는 것이 지금으로선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고용정책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사석에서 만난 한 경제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고용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청년과 중장년층들이 재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으로 나서는 것이 최근 고용지표를 악화시키는 원인일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고용시장은 취업자수 증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중후반부터 확연히 나아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청년층 실업률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15세 이상 인구 중 25세에서 29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정도다. 그런데 실업자로 시야를 좁혀보면 20대 후반의 무려 21%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이는 전체 회원국을 통틀어 무려 7년째 1위의 기록이다.
 
물론 20대 초반 높은 대학 진학률을 고려한다 해도 20대 후반 실업률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미스매칭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른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려다 보니 실업 기간이 길어지고 장기간 미취업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고용시장 진입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대기업이나 고용에 있어 안정적인 공직의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많은 수의 청년들이 이리로 몰리다 보니 공급이 포화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기업들은 갈수록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대다수 신입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실린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를 보면 하향취업률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0.5%다. 2019년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뒤 역대 최고 수준을 매달 갱신하는 상황이다.
 
이는 청년층 대졸자들이 고졸자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는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뜻이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하향취업을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경우로 정의했다. 또 한국표준직업분류와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대졸자가 대졸 학력이 요구되는 관리자나 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직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적정취업으로 봤고, 그외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나 농림어업 숙련 노동자, 기능 근로자로 취업할 때를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고용시장을 되레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점이다. 정부가 혁신을 외치며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실물 시장에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창업에 나서는 이들을 양산하는 구조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많은 수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이다. 그렇다면 민간에서 채용과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첫번째 고용정책이어야 한다. 단순히 고용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 창업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단기적 지원을 고집하다며보면 고용시장을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 본래의 취지 즉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게끔 경제 여건을 개선시키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고의 그리고 최선의 정책이다. 
 
권대경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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