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필승 수주’보다 ‘클린 수주’ 먼저
입력 : 2020-01-13 14:40:43 수정 : 2020-01-13 14:40:43
정비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 열정이 뜨겁다. 사업설명회에 건설사 임원이 찾아가 조합원에게 큰절을 하는 건 흔한 풍경이다. 때로는 열기가 지나치다. 필승 의지를 다지는 건설사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든다. 정보 전달이란 목적 뒤에 숨어 경쟁사를 비방하기도 한다.
 
과열 경쟁은 연초에도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옥수동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선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금융 지원을 제시했다. 해당 회사는 사업촉진비 제공이기 때문에 조합에 재산상 이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위법 여지가 있다고 반대한다.
 
그 이전에도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과열 경쟁에 따른 불법 논란이 수차례 불거졌다.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 사업에선 건설사가 표를 받으려고 조합원에게 수백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며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한남3구역에서도 출사표를 던진 3개 건설사가 외주 홍보업체 요원을 동원해 조합원과 개별 접촉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현장에선 상대 건설사를 향한 비방도 익숙하다. 경쟁사의 공약에 위법 사항이 많고 설계 수준도 떨어진다는 비난이 오간다. 브랜드를 공유하는 그룹 건설사에는 가짜 브랜드를 달고 있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판단은 조합이 할 테니 건설사는 정보 전달만 하면 된다고 조합원들이 불평을 내뱉을 정도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조합원 몫이다. 조합의 최우선 과제는 빠른 사업 추진인데 과열 경쟁으로 정부 감시망에 포착되면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한남3구역이 대표적인 예다.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제로, LTV 초과분 이주비 무이자 대출 제공, 사업비 무이자 지원 등을 내세우며 위법 논란이 일자 당국은 특별점검을 진행했고,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오는 5월 이후로 미뤘다. 당초 지난해 12월 시공사를 선정하려 했으나 반년 가량 늦어졌다. 조합은 일정대로 조용히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했지만 건설사의 과열 경쟁으로 꼬여버렸다.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건설사는 언제나 ‘클린 수주’를 준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돌아보면 이들의 약속은 빈 말이 되곤 했다. 수주만 하면 된다는 건설사 태도는 법질서를 어지럽히고, 관련 지식이 부족한 다수 조합원에게 피해를 끼치기 쉽다. 정부 감시도 필요하지만, 관객을 인상 쓰게 만드는 경쟁은 건설사가 먼저 자제해야 한다. 기업 존중은 기업이 시장 정의를 훼손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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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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