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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문: 하늘에 묻는다’ 한석규, 왜 다시 세종을 주목했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이어 다시 세종 연기…”다른 지점이 보였다”
‘최고 절친’ 최민식과 함께 한 작업…”세종과 장영실, 우리 같았을 것”
2020-01-02 00:00:00 2020-01-02 08:38:3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한석규가 또 다시 세종대왕으로 변신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세종이 날이 선 세종이었다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의 세종은 발톱을 숨기고 있는 호랑이 같은 세종이다. ‘천문의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한석규와 최민식에게 시나리오를 동시에 전달했다고. ‘두 분이 상의해서 마음에 드는 역할을 정해서 통보해 달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택했단다. 당연히 한석규 최민식이란 당대 최고의 배우였기에 감독으로선 당연한 방식이었다. 또 이 방식이 두 사람에겐 반대로 큰 고민을 전달하게 됐다. 같은 대학 1년 선후배이자 20년 전 영화 쉬리를 통해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함께 한 사이다. 영화계에선 이번까지 단 두 작품 뿐이지만 한석규와 최민식은 서로의 속내와 표정만으로도 이해와 공감을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두 사람이 천문으로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동생 한석규는 어떤 느낌일까. 20년 만에 최민식과 만난 그의 느낌은 이랬다.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났던 한석규다. 그는 언제나 인상 좋은 웃음과 함께 느릿한 말투, 하지만 진심이 담긴 대답으로 인터뷰를 이끌어 가는 특별한 인터뷰이다. 인터뷰어 입장에서 한석규와의 대화는 특별하고 또 특이하다. 하나의 질문에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대답을 결정한다. 그에게 천문은 그런 영화였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그리고 자신과 최민식의 만남.
 
저한테도 딱 그래요. 세종께서 장영실 선생을 생각한 것처럼 그런 분이고 그런 형이에요. 형이랑 같이 하게 됐으니 이 작품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해야 하는 작품이에요. 그런데 허 감독께서 시나리오를 동시에 주고 배역을 결정하라니 고민이었죠. 형님이 먼저 결정하시려나, 내가 먼저 결정해야 하나. 난 항상 그래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죠. 내 상상력 내 고민 안에서 어떤 인간이 나올까 싶었죠. 세종을 한 번 경험했으니, 이번엔 다른 세종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다른 세종이란 단어가 느낌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사실 한석규의 이 단어는 최민식에게도 강렬했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최민식은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왕 역할에 욕심이 있었다고. 하지만 한석규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을 연기했는데도 먼저 최민식에게 다시 한 번 다른 세종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 점에서 충분히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세종이 아버지에 대한 느낌을 강조하며 연기했다면 이번 천문에선 어머니를 끌어 왔었죠. 세종의 어머니, 정말 고통스런 세월을 사신 분이죠. 자신의 남편이 친정 식구들을 모조리 몰살시키잖아요. ‘천문의 세종은 그런 모든 걸 다 지켜 본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세종과 엄마의 관계를 고민하며 접근했죠. 사실 뿌리 깊은 나무때는 이런 걸 생각 못했어요. 세종과 엄마, 그리고 장영실. 풀어갈 방식이 제겐 보였죠.”
 
세종과 엄마의 관계는 천문자체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세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코드로 이어진다. ‘천문에서 세종은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조선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픈 군주다. 살리고 싶은 그 중심에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절친 장영실도 있다. 아버지를 통해 죽음을 바라봤던 세종은 어머니를 통해선 살려야 하는 사람을 본 것이다.
 
저 역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각자 엄마란 단어에서 뭔가 다른 걸 떠올릴 텐데, 전 엄마라고 하면 삶이에요.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고, 키워 주신 분이죠. 세종에게도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아버지 이방원이 외삼촌들을 모두 죽이는 걸 본 어린 세종, 그리고 그 곁에 있던 어머니. 세종의 눈에 어머니와 세상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때의 생각도 시선이 왕이 된 이후의 세종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싶었죠. 그래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더욱 애틋하고 애잔하게 그려진 것도 있다고 봐요.”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호소력은 사실 한석규 혼자 북치고 장구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의 모든 것을 받아 주는 인물이 바로 절친이자 30년 지기 최민식이다. 한석규가 대학 신입생일 때 최민식이 같은 과 1년 선배였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 눈빛만 봐도 알고 속내를 털어내지 않아도 온전히 알 수 있는 사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한석규와 최민식은 진짜 세종과 장영실이 저러지 않았을까싶을 정도로 호흡이 착착 감긴다.
 
우선 민식이 형은 이래요. 형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형은 석규야, 내 생각에는 말이야라고 나와요. 학교 때도 그랬어요. 크게 안 변하셨어요. 사람들이 다 그래요. 서로 관심사가 다르잖아요. 제가 뭔가 질문을 하면 어떤 사람은 거북스러워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황당해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저 사람이 이상한데하기도 해요. 근데 민식이 형은 달라요. 제 질문에 형의 대답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반대로 형이 질문하실 때도 있어요. 제가 그래서 답하면 형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하시고. 이게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아니었을까요(웃음)”
 
세종에게 장영실은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사이였다. 그게 바로 한석규에겐 최민식이다. 이런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진짜 세종과 장영실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고수들의 향연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한석규는 천문을 통해 제대로 보여줬다. 상대역이 최민식이었고, 감독이 허진호란 고수였다. 한석규는 행복했단다. 이 영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또 언제나처럼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배우 한석규.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전 배우, 액터란 직업이 인생을 걸어 볼 일이라고 봐요. 제가 민식 형님에게 연기가 뭔가요라고 질문을 드렸더니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겠더라고요. 액터, 즉 배우는 사람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직업이에요. 이 공부, 계속하고 싶어요. 너무 즐거워요. 이 즐거운 공부가 끝이 있을까요.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웃음). 그 수 많은 사람의 생각과 반응 모든 것을 즐겁게 고민하고 또 연구해 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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