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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두산’ 하정우 “이 영화 내 존재감? 화산재 한 톨 수준”
“특이한 소재, 허당끼 가득한 배역 매력적…나와 어울릴 것 같아”
“이병헌 수지 마동석 캐스팅 지위? 난 그냥 전화 몇 통 한 것 뿐”
2019-12-30 12:00:00 2019-12-30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하정우의 흥행 불패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PMC: 더 벙커로 한 차례 주춤했지만 하정우의 이름 석 자는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를 대신한다. 이건 이견이 있을 수 없는 확실한 팩트다. ‘하정우의 작품 선택 선구안이 좋다는 말로 그의 흥행 보증력을 깎아 내리는 일부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작품 선택 능력도 프로 배우에겐 능력이다. 그는 되는 작품을 선택하고 어느 순간부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그에게 스스로 줄을 대고 번호표를 뽑은 채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 하정우 이름 석 자는 충무로 흥행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확실한 기준점이 됐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백두산이 순 제작비 260억의 초대형 사이즈를 내세운다고 해도 사이즈가 아닌 내용과 구성 그리고 잠재적 폭발력에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 국내 최초 시리즈 쌍천만을 이끌어 낸 신과 함께를 만들어 낸 하정우가 다시 한 번 덱스터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하정우가 또 다른 파트너로 이병헌을 선택했다. 이건 분명히 선택이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공개한다.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년 극장가는 유독 1000만 영화가 쏟아진 한 해였다. 올해를 넘어 내년 첫 번째 1000만 영화가 될지 모를 백두산은 하정우의 건제함을 과시할 첫 번째 영화가 될 전망이다. 전작의 흥행 실패가 하정우에겐 쓴 맛을 본 기회였다고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을 뿐이다. 하정우의 능력이라기 보단 작품 전체를 조율하는 또 다른 문제로 전작의 실패를 분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래서 백두산과 하정우의 조합이 더욱 주목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해 ‘PMC’ 실패는 뭐 잊은 지 오래죠(웃음). 올해는 사실상 제가 출연한 영화가 백두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죠. 그런데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냈어요. 진짜 데뷔 이후 가장 최악으로 바쁜 한해 같아요(웃음). 현재 보스턴 1947’을 찍고 있는데 거의 매일 촬영 중이에요. 2월부터 7월까지 백두산찍고 한 달 쉰 뒤 클로젯을 찍고 그리고 보스턴 1947’에 투입된 뒤 백두산홍보 스케줄까지. 정말 정신 없내요.”
 
백두산은 재난 영화다. 이미 국내 재난 영화는 1000만 흥행작 가운데 해운대부산행등이 있다. 하지만 백두산은 전혀 다르다. 실재로 있는 백두산이 모델이고 또 실제 할지 모를 백두산 화산 폭발이 모티브다. 재난 영화는 흥행 공식에선 불패에 가까운 소재다. 단지 이 점만으로 하정우가 끌렸고, 백두산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리는 없다. 하정우는 특유의 느물거리는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우선 소재가 너무 특이하잖아요. 저 산이 폭발을 한다니(웃음). 그리고 실제로 백두산 촬영이 있었다면 안 했을 거에요. 하하하. 이젠 충무로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 백두산에 직접 안가도 간 것처럼 찍을 수 있으니(웃음). 제가 재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소재가 흥미로웠고, 시나리오를 보는 데 제가 연기할 조인창이란 배역이 더 록의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모습으로 떠올랐죠. 내가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영화에서 조인창은 혼자가 아니다. 상대역인 리준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조인창과 리준평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가 백두산에선 특급 재난과 함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한다. 조인창이 허당기 가득한 웃음과 코미디에 가까운 가벼움을 담당한다면 리준평은 묵직하고 임팩트 있는 인물이다. 하정우라고 못할 배역은 아니다. 하지만 하정우는 자신이 조인창을 맡게 된다면 리준평 역에 누굴 캐스팅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고. 참고로 하정우는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동생이 대표인 제작사가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다.
 
“2014년 기획 당시부터 백두산과 같이 했으니 꽤 오랫동안 이 영화와 함께 했죠. ‘신과 함께’ ‘PMC’ 준비 중 백두산 프로젝트가 가동됐고. 이해준 김병서 감독이 합류하면서 박차가 가해졌죠. 제가 조인창을 맡게 되면서 리준평은 누굴하면 좋을까고민했는데,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병헌을 외쳤죠. 병헌 형이 싱글 라이더촬영할 때 백두산이 초기 단계였거든요. 그때쯤 시나리오 드리고 미스터 션샤인촬영 때 함께 하자고 전화를 드렸죠. 시나리오 읽으시고 며칠 뒤 하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은 데뷔 이후 단 한 작품도 함께 한 적이 없다. ‘싱글 라이더가 주인공과 제작자로서 만났을 뿐이다. 하정우 이병헌 조합은 팬들 입장에서도 또 영화계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흥미롭고 기대되는 만남이기도 했다. 물론 하정우는 이병헌의 모든 것을 확신하고 믿을 수 밖에 없는 후배였기에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는 강력하게 이병헌을 원했다고.
 
일단 막연하게는 형은 우주슈퍼대스타느낌이잖아요(웃음). 이 작품을 통해서 더 가까워지고 인간적인 느낌이 더 강한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았죠. 나이도 꽤 많으신 분이(웃음) 매번 테이크 때마다 20대나 30대의 열정으로 참여하시고 하하하. 사실 이 형을 보면 너무 완벽해서 악마 같은 느낌도 들어요. 열정까지 계산해서 하는 거냐고 물어 봤을 정도니. 그 형은 너무 완벽한 악마에요. 악마. 하하하.”
 
하정우가 또 선택한 배우가 있다. 바로 자신의 아내로 출연한 수지다.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게 된 수지였지만 그 이후 뚜렷한 작품이 없었다. 연기력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거론되면서 사라져간 아쉬운 배우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하정우는 두 편이나 연출을 했던 감독 출신이기도 하다. 배우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눈까지 갖추고 있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하정우가 수지를 밀어 붙였다고,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후보가 참 많았죠. 그런데 제가 수지를 떠올렸죠. 수지는 황보라 배우와 드라마를 찍으면서 친해져서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감독님들에게도 의견을 전달해 보니 새로울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보시더라고요. 제가 밀어 붙인 건 아니고(웃음) 그냥 아이디어 제공만 해 드린 거죠. 사실 수지가 임산부 설정을 좀 거부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것까지 받아 들이고 쿨하고 나가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가수를 하면서 데뷔를 했고, 그래서인지 배포가 남달라요.
 
이병헌 수지까지 하정우의 머리에서 나온 라인업은 그 어느 블록버스터보다 강력했다. 우선은 현장에선 두 사람과의 합이 하정우를 통해 시작이 된다. 사실상 백두산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하정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장난끼 가득한 웃음으로 그렇게 봐주면 나야 너무 고맙다고 부끄러워했다. 물론 하정우를 통해 모든 것이 풀어져 가고 그것이 또 마무리가 된다.
 
수지는 제 예상대로 너무 잘했고, 또 그 이상으로 해줘서 저야 너무 고마웠죠. 제 기대를 넘어선 존재감을 선보여 줬으니. 병헌 형과는 너무 즐거웠어요. 특히 형과의 애드리브 연기가 참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장갑차 안에서 했던 대사들은 모두가 애드리브에요. 애드리브가 현장에서 나온 즉흥적인 게 아니라 전날 감독님과 상의해 다 조욜을 한 건대 영화를 보면 거의 현장에서 만들어 진 것처럼 펄떡펄떡 뛰더라고요. 다 병헌형이 너무 잘 받아 줘서 그런거죠. 제가 뭘 했겠어요. 하하하.”
 
배우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정우는 이번 백두산에 주연배우이지만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주연 배우인 이병헌과 수지 캐스팅에 힘을 보탰다. ‘백두산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 물심 양면으로 힘을 보탰다. 절친한 덱스터스튜디오김용화 감독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영화의 성공에 고민하고 고심했다. 개봉과 함께 터진 관객 수에 함박 웃음이 날 만도 하다.
 
하하하. 제 지분은 먼지 같은 수준입니다(웃음). 영화 속에서 화산재 한 올 정도가 이 영화에서 제가 담당한 역할이자 향후 수익에 대한 지분이랄까요. 하하하. 병헌형과 수지 그리고 동석형에게 전화해서 시나리오 좀 봐라 정도 뿐이에요. 이제 백두산은 제 손을 떠났고, 보스턴 1947’ 촬영과 피랍촬영에 들어가요. ‘피랍은 모로코에서 찍어요. 그리고 윤종빈 감독과 수리남촬영이 예정돼 있고요. 그건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하고. 제가 연출하는 작품도 고민 중인데 그건 아마도 2022년 정도는 되야 밑그림이 나올 거 같아요. 이렇게 말씀 드리고 보니 정말 바쁜 2020년이 되겠네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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