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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화계)올 한해 국내 영화계 지배한 5대 사건
2019-12-30 00:00:00 2019-12-3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9년을 딱 24시간 남겨뒀다. 올해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익부빈익빈이 더욱 고착화 된 한 해였다. 1000만 영화는 쏟아졌다. 반대로 한국영화의 허리로 불리는 중급 규모 영화들의 몰락이 더욱 짙은 한 해였다. 다양한 이슈들도 주목됐다. 영화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올 한해 있었던 영화계 주요 이슈와 사건, 키워드로 정리한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대사 한 마디로 정리가 된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이다. 누적 관객 수 1626만을 끌어 모았다. 지난 해 연말 이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충무로 말 맛의 대가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8완벽한 타인으로 극장가에 완타 신드롬을 일으킨 배세영 작가의 필력이 춤을 췄다. 이 대사는 극한직업속 주인공 고반장(류승룡)이 치킨집을 차리면서 전화가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내뱉던 말이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이 대사를 활용한 패러디가 쏟아졌다. 극장가에는 극한직업흥행 광풍이 불었다. 급기야 영화 속에 등장한 수원 왕갈비 통닭이 실제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극한직업은 올해 영화계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이 대세다
 
영화계에서 여성은 마이너였다.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불문율까지 있어왔다. 여성은 상업 영화에선 그저 조연, 혹은 남자 주인공의 존재감을 보조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 어느 해보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마블영화 가운데 최초의 여성 히어로 캡틴 마블이 국내에서도 흥행을 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탄력을 받았다. ‘걸캅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윤희에게’ ‘나를 찾아줘등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알라딘은 주인공 알라딘이 아닌 공주 자스민을 더욱 부각시킨 각색된 스토리로 흥행에 성공하며 역주행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성 영화의 정점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김지영신드롬은 젠더 이슈와 양성 평등 논제를 사회 문제로까지 끌어 올렸다. 하반기 최고 흥행작이자 또 다른 1000만 영화이자 전편에 이은 쌍천만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성 감독들 역시 쏟아졌다. 김도영(82년생 김지영), 김보라(벌새), 윤가은(우리집), 이종언(생일) 이옥섭(메기) 김한결(가장 보통의 연애) 감독 등이 국내외 영화제 트로피를 휩쓸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빼놓고 2019년 영화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지난 5월에 열린 제7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국내 영화로는 최초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 이전까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단 번에 전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 잡았다. 당초 봉준호 감독은 국내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외국 사람들은 전혀 이해 못할 국내 정서가 깊게 들어가 있다며 수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생충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를 휘어잡았다. 국내 흥행에서도 당연히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는 대사도 올 하반기 영화계 유행이었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된 여러 배우와 영화인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수상을 예견하지 못한 채 당연히 기생충의 수상을 확신하면서 비롯된 일종의 유행어였다.
 
기생충은 수상은 전 세계 영화제에서 이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 새해 기생충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은 세계 최고의 자존심이자 세계 영화 시장의 중심으로 불리는 미국 영화제 석권이다. 바로 오스카 트로피다. 현재 기생충은 국제극영화상(기존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상과 작품상 그리고 남녀주조연상 후보 발표는 1월이다. 미국 영화계 분위기로는 어떤 부분에서든 수상은 기정사실이란 점이다. 이에 앞서 기생충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도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3개 후보에 지명됐다. 1 5일 열리는 골든 글로브 수상 여부가 2월 열리는 오스카 시상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신드롬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스크린 독과점 그리고 양극화
 
결코 영화계 풀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숙제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1000만 영화가 쏟아진 한 해였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바꿔 말하면 스크린 독과점이 그 어느 해보다 격화됐었단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초 개봉한 1000만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올해 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최고 좌석 점유율은 85.0% 79.4%에 달했다. 상영 점유율 역시 각각 80.9%, 73.9%에 달했다. ‘극한직업도 자유롭진 못했다. 그나마 역주행 1000만을 기록한 알라딘과 상대적으로 독과점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것으로 보이는 기생충이 면죄부를 받는 분위기일 뿐이다.
 
이 같은 스크린 독과점은 충무로에 400~600만 흥행의 중박 영화를 사라지게 한 원동력이란 주장도 나오게 만들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1000만 흥행을 제외한 중박 이상의 흥행권에 근접했던 영화는 엑시트’(942)봉오동 전투’(478), ‘나쁜 녀석들: 더 무비’(457) 뿐이다. 올해 마지막 극장가 흥행작이 될 백두산5편의 1000만 영화와 엑시트만이 점령했던 500만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마블스튜디오
 
마블민국
 
대한민국의 마블 사랑은 세계 최고다. 마블스튜디오의 CEO 케빈 파이기 조차 대한민국의 마블 사랑을 인정했다. 마블에서 내놓는 영화마다 대한민국 시장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시차 문제에 따른 결정이 더 정확한 해석이지만 마블은 북미 시장보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매번 제일 먼저 영화들을 개봉해 왔다. 전 세계 최초 개봉도 상당히 많았다. 올해는 이런 마블의 히어로 무비에 대미를 장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다. 개봉 전 사전 예매율로만 100%에 육박할 정도로 신드롬을 넘어선 광풍은 핵폭탄에 비견될 정도였다. 1000만 흥행은 당연했다. 이 같은 마블의 흥행 신드롬은 올 상반기 또 다른 희소식을 전해 왔다. ‘마블리로 불리는 배우 마동석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입성이다. 소문으로만 전해져 오던 마블의 마동석 러브콜이 공식화 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페이즈3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동석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페이즈4를 시작할 이터널스에서 주요 캐릭터인 길가메시역을 맡게 됐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안젤리나 졸리가 있다.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 무대에서 이터널스출연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전 세계에 마블 입성을 알렸다. 이 영화는 2020년 초까지 영국과 스페인 등지에서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도 마블민국의 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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