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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제약산업)글로벌 합종연횡 속 갈길 먼 K바이오
해외 제약사 연일 공격적 M&A 행보…"외형 격차 불가피, 활성화 유도책 필요"
2019-12-26 06:00:00 2019-12-26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약·바이오산업 오픈이노베이션 니즈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랜 노하우와 방대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 공룡들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특히 가장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방법으로 꼽히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정KPMG가 지난 5월 발표한 'M&AM로 본 제약·바이오산업'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인수합병은 1438, 거래액 약 400조원으로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제약사들의 사업재편과 바이오벤처 투자의 지속적 증가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M&A 매물로 시장에 쏟아진 것과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손 꼽히는 블록버스터 품목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라고 해도 성공 확률이 0.02%에 불과한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품목 허가에 이르는 과정의 부담은 크다. 그동안 높은 매출과 수익을 안겨온 블록버스터 역시 특허기간 만료라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데다 신제품 수명주기 역시 빠르게 줄고 있는 탓이다. M&A는 보유하지 않은 파이프라인을 지닌 기업을 흡수함으로써 진출 영역을 확대하고, 자사 품목과의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57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샤이어를 인수하며 일본 기업 전체 M&A 규모 기록을 갈아치운 다케다약품공업은 기존 18위 수준이던 회사 규모를 글로벌 10위권 내 진입시키는 외형 성장은 물론 샤이어의 강점으로 꼽히는 희귀질환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BMS가 세엘진을 약 83조원에 인수하며 매출 규모를 13위에서 5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세엘진의 혈액암 치료제 '레미블리드'를 품게됐다. 이로써 옵디보와 여보이 등 주요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BMS는 암 치료제 분야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상대적으로 암 표적치료제 분야에 취약하다고 평가되던 화이자가 지난 6월 약 13조원에 어레이바이오파마를 인수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어레이는 악성 흑생종(피부암 일종) 치료제 2종을 포함해 20건 이상의 암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이다.
 
애브비 역시 같은 달 오리지널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 제조사 앨러간을 약 73조원에 인수합병하며 미용과 치료 시장 동시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애브비의 경우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를 보유했지만, 바이오시밀러 공세와 특허기간 만료 도래에 따른 매출 감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A를 통한 글로벌 업계 폭발적 외형 성장 속 국내 분위기는 잠잠하다. 다양한 협업 체계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M&A 분야에서는 유독 소극적이다. 그나마 지난해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1조원 대 빅딜을 성사시키기 전까진 2015년 대웅제약의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인수정도가 주요 M&A 사례로 꼽힐 정도였다. 당시 규모 역시 2000억원 미만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국내 기업이 M&A에 소극적인 배경으로는 영세한 산업 규모와 유사한 사업구조가 꼽힌다. 전체 20조원대에 불과한 산업 규모에 섣부른 M&A가 쉽지 않은 데다, 과거 화학의약품 복제약을 기반으로 성장한 비슷한 사업 구조에 별다른 시너지를 모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이 증가하며 다양성 모색이 가능해졌지만, 일부 지분 투자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해외 품목 허가나 기술이전 등의 굵직한 성과를 내며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형 해외 제약사들 간 합병에 의한 외형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상황 상 전통 제약사 간 M&A가 쉽지 않은 만큼, 유망 바이오벤처 인수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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