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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숙제 안 하면 이자 붙어서 결국 돌아온다
2019-12-09 06:00:00 2019-12-09 06:00:00
매년 연말은 정국이 어려웠다. 예산과 마감의 법안이 닥쳐오면 새로운 마감이 설정됐다. 그 새로운 마감이 다가오면 ‘실은 이 때가 진짜 마감’이라는 날짜가 제시됐다.
 
그 진짜 마감은 크리스마스 이브기도 했고, 12월31일이기나 1월1일 새벽이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마감이 앞당겨졌지만 돌아가는 모습은 유사하다.
 
마감과 진짜 마감의 정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야의 집중력이 강해지고 수면 위, 수면 아래 협상에 나선 여야 지도부는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기 당내 강경파 및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 ‘현실론’을 내세워 더 강하게 압박했다.
 
매번 “이런 국회는 처음 봤다”, “올해가 최악이다”는 평가가 쏟아졌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 예산도, 법안도 결국은 처리됐고 새해로 넘어갔다.
 
그런데, 올해는 참 더 힘든 것 같다.
 
예산과 법안은 기본이다. 정부 편성 기준으로 513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가명(假名) 처리한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데이터3법이나 사실상 ‘타다 금지법’이나 다름 없는 플랫폼 택시 제도화를 위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에다가 민생법안이라는 모자를 씌우는 것이 맞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기본’에 플러스가 있다. 한번 정하게 되면 바꾸기 어려운 선거법, 그리고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은 그냥 ‘쟁점법안’이라고 규정하기엔 사이즈가 크다.
 
실은 두 법안이, 그 가치나 의미와 별개로, 세부적인 문제점들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은 자유한국당 비판과 조국 전 장관 방어 등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감이 닥치자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가동됐다.
 
아마 여기서 마감 시한 내에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안을 만들면 그걸 가지고 한국당과 다시 진짜 마감 시한을 설정해놓고 밀고 당기기가 진행될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연말 여의도 풍경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정치와 제도의 장이다. 그런데 큰 것 하나가 더 있다.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그리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논란.
 
‘정권 핵심부 봐주기 논란’(유재수)과 ‘야당 광역단체장 찍어내기 논란’(김기현)이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요 무대다. 여야 대립각 보다 훨씬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여-검찰 대립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찰 측 대표 격인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도 등장인물이고 배경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등이다. 함수가 너무 복잡하다.
 
평소 과제에만 집중해도 해결할까 말까 하는 판에 난제, 더 난제들이 더 쌓인 형국이다.
 
보수 통합 논의, 분당이 시작된 바른미래당의 향배,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호남 정치세력의 움직임 등 도 정치권 기준으로 치면 상당한 관심사지만 지금은 보수 통합 정도를 제외하곤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다.
 
과제, 위기, 갈등 이런 것들인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다. 늘상 닥치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면서 혹은 또 해결하지 못하는 과정에서도 성과는 남는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안들을 동시에 다루기엔 지금 정치권의 역량은 너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기존의 이슈든 덮인다. 관심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덮인 이슈들은 결국 다 돌아온다. 게다가 이자까지 짊어지고 돌아온다.
 
한국당의 반대와 별개로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들을 원안대로 갖고 가긴 어렵다는 이야기는 5월부터 나왔다. 유재수 전 부시장 이름은 지난 2월에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수면위로 끌어올렸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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