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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건전성 강화로 메리츠증권 '빨간불'
증권사 "일률적인 규제로 사업확장 막아선 안돼 …사업의 '질' 고려해야"
2019-12-06 17:28:33 2019-12-06 17:28:3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에 일부 증권사가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PF 중심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메리츠종금증권(008560)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PF에 관한 규제는 연초부터 이미 예고됐지만 예상보다 수위가 높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자기자본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PF관리방안을 내놨다.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권에서 고수익·고위험 유형의 매입확약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PF 채무보증이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채무보증 반영비율을 조정해 2021년 7월까지 규제 적응기간을 뒀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부동산 PF 규제는 예고된 사안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상시감시와 부문검사 목록에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후순위 대출과 우발채무, 그리고 부동산금융에 대한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할 것이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검사국이 올해 상반기 일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금융 부문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검사대상은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4곳이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전 금융권이 실행한 부동산PF채무보증의 대부분(93%)을 차지했고 또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을 중심으로 그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시 위험이 증권사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증권사의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이 204%로 가장 높다. 3분기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6616억원이다.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채무보증규모는 각각 5조4819억원, 6조858억원, 6조5730억원, 7조1979억원, 7조6754억원이다. 하나금융투자(109%, 3조7414억원)와 하이투자증권(104.2%, 8198억원)도 100% 기준을 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에 비하면 규모가 적어 약간의 조정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은 당장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PF 사업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호실적을 거뒀다. 2021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져 그 기간 안에 셀다운(재판매)하거나 회수하는 방법 등으로 수치를 맞추면 되지만, 전체적으로 성장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는 강도높은 정책에 당황하고 있다. 리테일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증권사가 부동산PF 사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데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하며 사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100%로 확장을 저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의 성격과 질이 모두 다른데 일률적인 기준으로 부동산PF 사업을 제재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부동산PF시장의 전체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한 획일적인 규제에 가깝다"면서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대수익이 크면서 리스크도 큰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정부 규제로 부동산PF 영업여력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며 메리츠종금증권의 목표주가를 18.2% 하향조정했다.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일보다 465원(11.19%) 떨어진 3690원에 장을 마쳤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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