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미분양 피해 상경하는 건설사들
수도권서 중견사 분양 급증…“상황 좋은 수도권 먼저 분양”
2019-12-02 14:49:14 2019-12-02 14:49:14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견 건설사의 분양 물량이 4분기 동안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이달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다. 보통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하던 중견사들이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모습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의 위험이 지방에서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견 건설사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3697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국 5744가구 중 약 64%에 해당한다. 
 
중견사가 지방보다 수도권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모습은 지난 10월부터 이어졌다. 10월에는 총 9679가구 중 약 55%인 5342가구를, 11월에는 6110가구 중 52%인 3189가구를 수도권에서 계획했다. 
 
수도권은 보통 아파트 브랜드 파워가 쟁쟁한 대형 건설사가 장악하고, 중견사는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견사도 수도권에서 적극 분양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의 미분양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지방 분양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1만6167호로 전체의 83%에 달했다. 지난 8월 1만5628호, 9월 1만5808호 등 악성 미분양은 계속 증가했다. 지방에서 주택을 지은 후에도 팔리지 않을 위험이 크면 건설사는 수익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개별 업체마다 지방에서도 사업성 검토를 하겠지만 미분양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지방 분양의 매력은 적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중견사들이 지방에 땅을 확보하고서도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라며 “지방 물량은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수도권 먼저 공급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분양경기를 수치로 나타낸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서도 지방은 수도권보다 부진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HSSI 실적지수는 74.3포인트로 같은 기간 수도권의 95.3포인트를 크게 밑돌았다. 
 
이처럼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로 중견사가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밀려 분양 성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입지가 좋은 곳에서 적정한 분양가로 공급하면 완판에는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나 분양시기가 대형 건설사와 겹치지 않는다면 중견사도 수도권에서 분양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중견사의 수도권 상경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