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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로 뜯는 메탈 속주…‘기타의 신들’ 제너레이션 액스
세계적 기타리스트 5인 뭉친 밴드…예스24라이브홀서 2년 만에 내한
‘기타의 모든 것 펼친 무대’…퀸 음악 연주하자 1300명 열광, 떼창
2019-11-27 18:00:00 2019-11-27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3일 저녁 7시 반 경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 현란한 기타 연주를 뽐내던 잭 와일드가 황급히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앞서 50대 넘는 마샬 앰프 더미에서 괴물 같은 소리를 30분간 터뜨려댄 직후라 대다수 관객들이 ‘황당한 엔딩’ 쯤으로 오해할 법 했다.
 
그로부터 1분 뒤, 2층 우측 사이드 문이 갑작스레 개폐되며 수백 관객이 동시에 기립했다. 코 앞에서 ‘헤비메탈 전설’ 오지 오스본의 전 기타리스트를 영접한 이들이 하나 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영화 해리포터 캐릭터 해그리드처럼 긴 수염을 휘날리며 그는 성큼 성큼 객석 가운데로 이동했다. 푸른 기타를 번쩍 들어 목 뒤에 얹은 상태 그대로 헤비 메탈을 질주. 분위기를 탄 그가 이로 기타줄을 뜯기 시작하자 “미쳤다”는 웅성거림이 쏟아졌다. ‘메탈 신’과 접신한 그를 향해 1300여 명의 신도들(관객들)이 경배의 함성을 내질렀다. 
 
“잭 와일드, 잭 와일드, 잭 와일드”
 
제너레이션 액스 잭 와일드. 사진/에이아이엠
 
모두가 취한 듯 홀린 그 순간 다시 쇼킹한 무대가 이어졌다. 세계 최고 기타 테크니션 스티브 바이,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 익스트림의 전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가 관객들을 헤집으며 와일드를 거들기 시작했다. 1층 가운데서 관객들을 홍해처럼 가른 세 사람은 ‘Still got the blues’를 쏘아 올렸다. 게리 무어(1952~2011)의 레스폴 기타가 아른 거리는 촉촉한 연주를 끝낸 후에야 세 사람은 시크한 표정으로 주먹을 맞대 보였다.
 
2층에 나타났던 잭 와일드가 다시 1층 객석으로 내려가 스티브 바이, 누노 베텐코트와 합주를 펼치자 이를 보기 위해 2층 관객들이 일어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무대는 이날 열린 ‘제너레이션 액스(Generation Axe)’ 내한 공연 일환이었다. 제너레이션 액스는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슈퍼 기타리스트 5인이 꾸린 밴드. 아트 속주의 아이콘 잉베이 맘스틴, 8현 기타 천재 토신 아바시는 와일드, 누노, 스티브와 함께 2016년 이 팀을 결성했다. 이들 5명의 기타리스트는 ‘메탈 신’과 접신한 듯한 연주로 ‘기타 위의 모든 것’을 무대에 쏟아 붓기로 유명하다. 연주는 잼(Jam) 식으로 완성되지만 이 잼은 ‘즉흥’보단 정교한 ‘스킬’ 결합에 가깝다. 결성 후 성공적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한 밴드는 2년 전 열린 첫 내한 때도 국내 록, 메탈 마니아들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낸 바 있다.
 
23일 저녁 6시부터 무려 3시간 동안 진행된 제너레이션 액스의 내한 공연. 오른쪽 50대가 넘는 마샬 엠프가 벽처럼 쌓여 있다. 사진/에이아이엠
 
이날 공연 전 1, 2층에 꽉 들어찬 관객들은 앰프에서 터져 나오는 전자 기타 조율 소리에도 광기에 가깝게 반응했다. 6시경 등장한 다섯 멤버는 다섯 대의 전차처럼 맹렬히 폭격하기 시작했다. 첫 곡은 ‘유럽 파워메탈 교본’이라 불리는 밴드 핼로윈의 ‘Hocus pocus’. 다섯 대로 편곡한 폭격성 사운드는 360도로 기타를 회전하는 잉베이의 퍼포먼스와 맞물려 무대를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느껴지게 했다.
 
이어진 무대는 멤버들의 개별 솔로 혹은 2~3인조 유닛 무대.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토신은 8개 줄 위에서 손이 보이지 않을 속주를 펼쳐댔다. 멜로디컬한 연주가 발로 이펙터를 밟아가며 파괴적인 사운드로 전환할 때 머리를 쥐어 싼 관객들은 일제히 “오 마이 갓”을 연발했다. “스티브와 잉베이는 내 우상이었다”며 등장한 누노는 기타를 손으로 물어 뜯듯 연주했다. 줄곧 연단에 한쪽 다리를 걸친 그는 야수가 먹이를 낚아채듯한 퍼포먼스로 심플하고 직선적인 솔로 곡들을 쏟아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미쳐있는 관객들인 것 같아요. 다음 나올 이는 당신들 만큼 미쳐있는 연주자죠. 미친 콧수염과 머리털, 다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죠?”
 
제너레이션 액스 스티브 바이. 사진/에이아이엠
 
이름만큼 와일드한 와일드의 ‘미친 시간’을 지나면 우아한 발스텝을 휘감으며 기타를 연주하는 스티브의 예술 세계에 닿았다. 몇 마디 치다 어여쁘게 턱을 괴거나 바람결에 휘날리는 긴 머리를 빠르게 정리하던 그가 혀로 기타 줄을 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스티브의 배턴을 이어 받은 잉베이는 기타를 활용한 한 편의 곡예를 선보였다. 기타 교체 때 바닥으로 굴리는가 하면 피크를 발로 차는 서커스 같은 묘기를 해댔다. 마지막 순간 기타 줄을 손으로 뜯어가며 소리를 달리 낼 때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기립 박수를 터뜨렸다.
 
3시간에 이르는 ‘기타 어벤저스’의 광대한 공연, 그 대단원의 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미니어처 규모로 줄여 놓은 듯한 환상이 들었다.
 
스티브가 리드하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첫 악절이 앰프를 타고 홀을 가득 울리던 때.
 
다시 무대로 오른 멤버들이 각 음절을 교차하며 개별 연주들을 결합시켰다. 분산화음이 1초씩 시차를 내며 원곡 자체를 거대하고 풍성한 에너지로 재탄생시켰다.
 
“여러분, 곡을 안다면 따라 불러주세요!”(스티브 바이)
 
관객들이 거대한 전율의 함성을 쏟기 시작했다. “Mama, just killed a man/Put a gun against his head/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23일 저녁 6시부터 무려 3시간 동안 진행된 제너레이션 액스의 내한 공연. 사진/에이아이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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