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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리듬)문 대통령 '승부수', 각본 없는 '국민과의 대화' 관전포인트
2019-11-19 14:35:27 2019-11-19 14:35:2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밤 국민과 '각본 없는 토론'에 나섭니다. 국정 지지도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던 '조국사태' 이후 국민여론을 결집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보입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인사실패와 대북 관계, 한미일 안보문제 등 여러 쉽지 않은 주제들이 핵심으로 올라와 있어 문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없지 않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의 관전포인트 알아보겠습니다. 청와대 출입하는 이성휘 기자 나왔습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100분간 국민과 대화에 나서지요?
 
[기자]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8시 MBC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합니다. 사전 각본 없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되며, 300명의 국민패널들의 질문을 자유롭게 받고 현장에서 답변할 예정입니다. 방송인 배철수 씨가 사회를 보며, 보조 진행자로 박연경·허일후 아나운서가 나섭니다.
 
생방송으로 문 대통령이 정국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것은 지난 5월9일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후 6개월 만입니다. 당시에도 사전대본이 없었지만, KBS 기자 한명과의 일대일 대화였습니다. 다수의 질문자와 함께하는 것은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 후 10개월 만입니다.  
 
[앵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서울 상암 MBC미디어센터에서 오후 8시부터 시작합니다. 무대는 아고라 형태로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둘러싸는 모양으로 꾸며졌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질문한다’라는 주제 영상을 상영하고, 진행자와 보조진행자 소개, 300 국민패널 소개, 대통령의 짧은 인사말 이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집니다. 
 
현장 질문과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의 영상 질문, 실시간 온라인 질문 등 1,2부로 나눠 진행됩니다. 이후 대통령 마무리 발언으로 종료됩니다. 일단 방송시간은 100분이 예정돼 있지만,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역대 대통령들도 이런 행사가 있지 않았나요?
 
[기자]
 
사실 생방송으로 국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시초 격인데, 노 전 대통령은 6·29 선언 3주년인 1990년 6월 청와대로 각계 인사 120명을 불러 12명과 대화했고, 이를 TV로 생중계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4차례 실시했고, 가장 잘 활용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선인 시절인 98년 1월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줍시다’라는 제목으로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는데, 종합 시청률 53.3%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IMF 극복을 위한 국론결집을 이뤄냈다는 평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4차례 실시했습니다. 당선인 시절인 2003년 1월, 전문가 및 국민 패널 70여 명의 질문을 받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즉석 질문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대통령과의 대화’로 명칭을 바꾸고 3차례 실시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직접 대화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탄핵국면에서 보수논객 유튜브 채널 '정규재 TV'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이 유일한 국내매체 인터뷰입니다.  
 
[앵커]
 
그럼 이번 국민과의 대화가 기존 대화와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자]
 
패널 선정은 물론 진행방식까지 청와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300명의 방청객이 즉석에서 손을 들고 질문한다는 점입니다. 패널은 주관사인 MBC 측에서 선정했습니다. ‘작은 대한민국’을 컨셉으로 하고, 세대·지역·성별 등 인구비율을 반영했고,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지역 국민들을 배려해 선정했다고 합니다. 공개모집엔 1만6000명이 신청했다고 합니다. 
 
사회자의 개입은 최소화되며 질문의 분야와 순서도 따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그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는 방송 취지에 따라서입니다. 정책실장과 대변인 등 일부 참모진들이 수행하긴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들의 도움 없이 오롯이 홀로 국민들의 다양한 질문에 응해야합니다.  
 
여기에 질문자가 기자나 전문가 패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라는 점에 주목됩니다. 보통 기자나 전문패널들은 상대방의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소위 정제되고 답하기 편한, 예측 가능한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민들은 다소 공격적이거나 좀 날 것의 질문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대통령이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오늘의 관전 포인트일 듯합니다. 
 
[앵커]
 
오늘 주로 어떤 내용이 질문될까요?
 
[기자]
 
국민 체감도가 높고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부동산 대책과 일자리 문제, 경기불황, 자영업자의 고통, 소득주도성장 논란, 대입제도 개편, 주52시간제 등 민생·경제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곧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논란 등 외교·안보 분야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외에 조국 전 법무장관 논란, 청와대·내각 쇄신문제 등 문 대통령에게 거북할 수 있는 이슈 등도 가감 없이 질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국정 전 분야를 망라하는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민정 대변인은 어제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떤 분야에 대해서 주로 다뤄질지 지금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정 전 분야를 망라해서 총 점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기출문제 없는 시험을 보는 것'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국민과의 대화' 출연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청와대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런데도 이런 형식의 국민과의 대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아시다시피 문재인정부는 지난 9일 임기 반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2년6개월,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고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청와대 측은 “국정 현안에 대한 다양한 국민 의견이 여과 없이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전달되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국민통합의 장’, ‘진솔한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생방송으로 생생한 질문을 받고 즉각적인 답변을 하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파악 수준과 순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입니다. 국민들의 대통령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겠죠. 또 문 대통령이 다양한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국민들의 쓴소리를 겸허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소통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치부 이성휘 기자였습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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