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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헥사곤인베스트먼트 대표 "스마트한 외국인 투자자 되기…베트남·인도네시아에 주목하라"
'싼 주식을 사라' 가치투자에 집중…PBR 1배이하·매출증가 기업 주목
전 세계 투자가 미션이자 목표, 인력 확보에 주력
2019-11-18 01:00:00 2019-11-18 01: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 답답함을 느낀 투자자들이 시선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매년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 대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3분기 기준으로 주식결제대금은 124억6000달러, 전년보다 40%나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역시 해외 주식 투자자금이나 투자자 수는 또다시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홍콩에 상장된 ‘CHINA AMC CSI 300 INDEX ETF'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기업이다. 정보 접근성이 편리한 데다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미국을 바라볼 때 아세안 신흥국에 집중하고 있는 김재욱 헥사곤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만났다.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세안 신흥국 시장에 투자해 ‘스마트한 외국인 투자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성장하는 국가에서 가치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그의 비전과 꿈을 들어봤다.
 
김재욱 헥사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사진/신송희기자
 
- 인도네시아와 어떤 인연이 있었나.
 
대학교 시절 인도네시아로 6개월간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 인턴십으로 근무하던 컨설팅 회사에서 파견으로 나가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동안 한국계 이트레이딩증권(현 미래에셋대우)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한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기업을 분석해 자료를 제공하는 마켓 애널리스트 업무를 맡았다. 당시 인도네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직원이 소수에 불과해 HRD(인적자원개발) 시스템 구축, 증권차트 플랫폼 개발, 증권방송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경험은 지금의 투자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인도네시아 기업 분석과 매크로 분석, 시장 현황 등을 업계 최초로 데일리와 주간 리포트로 만들기도 했다. 리포트는 주로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현지 교민들에게 제공했다.
 
- 헥사곤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기업을 보고 겪었다. 이를 바탕으로 여섯대륙, 전 세계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헥사곤 인베스트먼트를 2016년 8월에 설립했다. 작년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헥사곤인베스트먼트 내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 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집중하고 있는가.
 
그동안의 경험, 기업 검증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론이 있다. ‘싼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투자 대가들도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이미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국가다. 보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기 위해 성숙기의 국가가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에서 투자 기회를 찾았다.
 
국가별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등급을 나눌 수 있다. 아세안 중 투자적격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다. 투자부적격은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으로 분류된다. 투자적격국가에서 우리나라보다 발전 수준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정도이고, 그 중에서 국내총생산(GDP)이 아세안에서 독보적으로 높으면서 1인당 GDP는 낮은 인도네시아를 성장성 높게 봤다. 베트남은 투자부적격 등급임에도 투자 매력이 있다.
 
중국의 대안 생산기지로 급부상 중인 베트남과 세계 인구수 4위인 인도네시아 시장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자본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시가총액이 급증했고, 베트남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도네시와 베트남은 아직 생소한 시장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현지기업에 투자하는 데 위험성이 없는지 등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시스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단지 언어가 장벽일 것이다.
 
언어장벽을 낮추기 위해 퀀트로 접근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등으로 저평가 기업을 추려내는 것이다. 가장 중시하는 것은 PBR이다. PBR이 1배 이하인지 확인해야 한다. PBR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업의 청산가치다. 지지않는 게임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봐야할 수치다. PBR 1배 이하의 기업들을 추려낸 후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도 체크한다. 순이익은 회계 '마사지'로 보기 좋게 꾸밀 수 있지만 매출액은 기업의 성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축적된 현금을 자기자본화 해 PBR은 낮아지면서 매출액이 증가하는 기업이 가장 베스트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시장 규모에 차이가 있어 접근 방식도 다르다. 베트남 투자를 앞서 말한 퀀트 방식으로 접근하면 너무 작은 기업만 나온다. 베트남에 투자할 땐 시가총액 1위부터 나열해놓고 그 중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기존 산업 중 우량한 기업들을 상대평가하는 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정량적 지표인 PER, PBR, ROE 등을 평가하고 정성적 지표인 EPS와 매출 등을 종합해 선정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엔 대형 종목이 많은 편이다. 주가가 이미 10배가량 오른 기업도 수두룩하다. 대형주 투자는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가총액 1000억~5000억원 사이의 성장성이 좋은 기업을 찾아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 집중 투자한 기간이 10년이다. 무조건 장기투자는 옳지 않다. 퀀트 투자를 적용하면서 나온 지표들을 보고 적정가격에 도달하면 매도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매출이 하락한다거나 쌀 만한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돌아서야 한다.
 
- 추천할 만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기업이 있는지.
 
인도네시아 기업 중 폴리에스테르를 생산하는 ‘인도라마(INDR)’ 기업을 추천하고 싶다. 잘 알려진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기업인데 본사를 싱가폴로 이전했다.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구조조정이 끝나 살아남은 기업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액이 올해 조금 주춤한 상태지만,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매수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PBR은 0.4배, PER는 2~3배 정도로 저평가 상태다. 매출 턴어라운드가 시작되면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기업 중에서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엣컴뱅크(VCB)'를 추천한다. 1등 은행인데도 은행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인도네시아 1등 은행 'BBCA'의 경우 고평가 논란에도 지난 10년간 6배 올랐다. 베트남이 인도네시아보다 10년 정도 후행하기 때문에 유사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외에 진행 중인 사업은.
 
헥사곤은 단순히 투자만 하는 곳은 아니다.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경우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있다.
 
해외 진출 니즈를 가진 비상장사와 중소기업은 많지만, 자금 여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헥사곤이 시장조사와 현지 마케팅 방법 등에 대해 컨설팅해 줄 수 있다. 또한, 현지 업체와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여러 사항들을 세심하게 체크할 수 있다. 특히 정부지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라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비전과 꿈은.
 
전 세계에 투자하는 것이 미션이자 목표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부분이 인력이다. 전체 국가를 소수 인원이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나라별로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지사에는 직원 2명 등 총 5명이 근무한다. 베트남은 한국인 1명과 베트남인 1명, 총 2명이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성장해 가면서 자문사나 사모펀드 운용사로 사업 확대를 고민 중이다. 
 
인도네시아 부동산기업 탐방 중인 김재욱 대표. 사진/헥사곤인베스트먼트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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