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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세계 풍력시장에 한국 기업 안 보인다
2019-11-15 06:00:00 2019-11-15 07:52:23
7년 전 남미 우루과이 산호세(San José)주에 위치한 킨텔룩스(Kintelux)사의 10메가와트급 풍력발전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커다란 풍력발전기 문을 열고 그 속에 마련된 제어실 겸 간이사무실에서 업무하는 모습을 보고는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는다. 
 
최근 재생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작은 풍력발전기가 전시된 모습을 보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언급하니 국내 기업 관계자는 그런 구조는 처음 듣는다며 갸우뚱해 했다. 대부분의 기술에서 한국 기업 브랜드가 세계 선두권에 포함돼 있는 데 익숙했기 때문인지 의아했다. 7년 전 그때 국내 한 건설사는 우루과이 최대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며 주요일간지 1면을 장식했었다. 
 
한동안 석탄 화력과 원자력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까. 국제사회는 이미 기업이 자사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등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한국은 올해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35%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전과 그 계열사가 독점하는 전력 시장 구조와 법·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술과 산업 부문에서도 뒤처진 건 사실이다. 
 
특히 풍력은 세계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 선진업체들이 8MW 발전기를 상용화한 시점에 한국기업은 이제 5MW대에 겨우 진입했을 뿐이다. 10년 전 해상풍력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중공업’자 붙는 쟁쟁한 회사들은 다 뛰어들었다지만, 지금은 두산중공업 등 일부만 남았다. 2012년 당시 우루과이 화력발전소 입찰 사업에서 국내기업과 함께 응찰한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2MW급에 도전장을 내고 이미 독일 지멘스(Simens),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와 함께 세계 풍력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풍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세계 풍력시장은 연간 100조원대, 매년 약 50GW 이상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해상풍력이 성장하면 연간 투자 규모는 증가할 전망이다. 풍력과 함께 세계재생에너지의 약 90%를 차지하는 태양광은 벌써 한국 기업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모듈 생산용량이 올해 10GW를 넘어섰는데, 이를 성공하고 세계 1위를 노리는 물망에 중국 론지솔라(Longi Solar) 등과 함께 한화큐셀이 있다.
 
이에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와 5.5MW급 풍력발전 상용화에 성공한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기술을 이용해 풍력터빈 기술을 따라잡아 세계 4강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그러나 회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재생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선진 3개 제조업체 공통 특징은 자국 업체의 안정적 물량 위에 성장한 것”이라며 “한국은 풍력산업 자체도 20년 후발주자인데 산업을 육성하기엔 자국 물량 확보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력 산업인 만큼 시장 확대와 더불어 인·허가와 주민수용성 문제 해결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현재로선 고무적이다. 올해 말쯤 에너지공단에 풍력발전추진지원단을 설치하고, 뒤처진 풍력 기술 따라잡기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에도 초대형 풍력 실증 기반 구축사업에 58억5000만원, 풍력 너셀테스트베드 구축에 6억원,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에 25억원 등 신규 예산을 편성했다. 향후 풍력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될 부유식 해상풍력 등 차세대 기술에도 울산시를 필두로 열을 올리고 있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에너지시장 선두기업이 적은 건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꾸준한 실적과 시장평판, 안정성을 쌓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책적 지원도 장기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두고 소모적 논란으로 허비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갑론을박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해 온 태양광 산업 경쟁력이 결실을 맺는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풍력에도 세계 선두권에 깃발을 꽂을 한국 기업 육성 노력이 추진력을 얻길 바라 본다.   

최서윤 산업1부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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