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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유료방송 결합, '조건부' 승인의 의미
2019-11-12 15:09:08 2019-11-12 15:09:08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료방송 간 결합을 전격 승인했다. IPTV(인터넷TV) 사업을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케이블TV 업체 '티브로드', 'CJ헬로'를 인수합병하게 됐다. 이 같은 유료방송 업체 간 결합은 통신과 방송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물꼬를 틔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번 기업결합이 눈에 띄는 점은 '조건부'라는 점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 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로 독과점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미 홈쇼핑업체에선 통신사와 케이블TV 결합을 앞두고 우려 섞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료방송사와 매년 이행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인수합병 효과로 유료방송사의 지위가 올라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홈쇼핑업체들이 이번 기업결합 이후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으로 내다본다. 첫 번째는 홈쇼핑업체가 케이블TV 업체와의 협상에서 가입자 감소에 따른 송출수수료 인하 요구를 개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 흐름은 케이블TV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홈쇼핑업체들은 가입자 수 감소에 따라 송출수수료 낮추는 협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블TV 업체들이 IPTV를 등에 업을 경우 송출수수료 인하를 억지시키는 기제가 발동할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인수합병된 유료방송사가 케이블TV의 송출수수료 인상을 완화하는 대신 IPTV업체의 송출수수료 인상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PTV 업체들은 지난해 기준 IPTV의 가입자당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4만6000원으로, 케이블TV(5만4600원)보다 더 낮다는 근거로 송출수수료 인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IPTV업체는 케이블TV 송출수수료를 낮추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써 송출수수료 인상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유료방송의 결합은 전체 송출수수료의 파이를 증폭시키는 기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 협의를 가진 KT는 '올레TV' 채널을 개편하면서 송출수수료가 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현대홈쇼핑이 방송통신위원회에 LG유플러스의 송출수수료 협상과 관련한 분쟁 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송출수수료 인상이 지속되면 그 피해가 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와 소비자들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홈쇼핑업체들은 수수료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높이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연이어 납품업체는 판매수수료 인상 부담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위 역시 기업결함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했다. 이에 따라 최종 승인을 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무부처는 실효성 있는 송출수수료 대책을 제시해 건전한 방송 시장의 발전을 주도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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