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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은미 "라이브는 나 자체, 완전한 진공 상태의 기분"
데뷔 30주년 맞은 이은미 "재능 한계 느끼지만 음악 자체가 내 원동력"
"무대와 동떨어진 삶 살고 싶지 않아…음악계의 사고나 태도, 여전히 개선 필요"
2019-11-06 18:42:41 2019-11-06 18:42:4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언니가 바라 봤을 세상, 당신의 음악으로 느끼며 살았습니다.' 
 
지난 주 한 통의 손 편지가 그를 펑펑 울렸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부산 공연 직후의 일. 30년 전 중학생이었던 한 소녀는 이제 불혹을 훌쩍 지나 마음을 적어 보냈다. '어떤 그리움'을 듣고 느낀 4분 간의 인생 전율, 말하지 않아도 닿게 되는 음악의 힘…. 
 
"음악으로 교감하는 순간은 여전히 기적 같은 경험입니다. 말 없이 저를 지켜주는 분들 덕에 아직도 매일 매일 놀라운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가수 이은미. 사진/PRM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가수 이은미(53)의 데뷔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그는 "30년 동안 음악에 흠뻑 빠질 정도로 매혹 당했던 것 같다"며 "재능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수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음악으로 힘을 얻어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 음악 인생을 회고 했다.
 
"제가 꿈꾸는 그 순간,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이 저를 일어서게 하고, 다시 움직이게 해요."
 
이은미는 1989년 신촌블루스의 객원 가수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당시 신촌블루스는 고 김현식이 잠시 활동했을 정도로 유명했던 팀. 이후 1992년 1집 '기억 속으로'와 2집 '어떤 그리움'을 계기로 본격 대중가수로 활동하게 된다.
 
3집 '자유인'부터는 폭발적인 록을 시도하며 장르의 벽을 넘어선다. 4집 'Beyond Face', 5집 'Noblesse', 6집 'Ma Non Tanto'과 EP, 싱글에선 재즈, 포크까지 아우른다.
 
6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만난 이은미. 사진/PRM
 
대중음악계에서 방송 보단 공연에 더 큰 심혈을 기울이는 몇 안되는 가수. 때문에 제대로 음향시설이 갖춰진 무대 위 맨발로 서서 노래하는 그는 '맨발의 디바'라 불리기도 한다. 10년 전 600회에 달했던 총 공연 횟수는 올해 1000회를 돌파했다. 
 
"무대에 서면 완전한 진공 상태에 있는 기분이에요. 본연의 제가 그 위에 있고 무대 밑 관객 분들은 온전한 저를 흡수하는 느낌이죠. 무대, 라이브는 돌아보면 제 음악 생활 자체였어요."
 
10월19일 광주를 시작으로 3개월간 전국을 순회하는 투어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 투어 말미 발표될 예정이다. 기존 곡들과 신곡 6~8곡을 두루 섞는다. 의미심장한 두 글자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흠뻑'.
 
"30년 동안 제가 매혹당한, 흠뻑 빠진 음악에 관한 얘기예요. 제가 음악을 바라보고 음악이 저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서로 존중하는 것 같아 아직도 좋아요. 이제는 처음보다 많이 음악에 솔직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 이은미. 사진
 
그는 지난 30년 간 음악계의 고착화된 '시스템'에 저항해왔다. 라이브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TV 방송, 립싱크로 도배되는 가요계 문화에 반기를 들어왔다. 이날 그 30년간의 저항은 유효했냐는 본지 기자 질문에 그는 "그때는 욕을 먹었지만 지금 립싱크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보면 제 역할이 어느 정도 유효했나 생각은 든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변화가 만족스럽진 않다"고 했다.
 
"예전에 비해 훌륭한 라이브 극장들이 생기고 방송 대기실 환경도 많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전반적인 음악 관련 시스템에선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처럼 사고 방식이나 태도 등 근본적인 것들이죠. 세상이 변화하는 것처럼 그런 부분들도 서서히 진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욕망 가득한 뮤지션'이라 못박았다. 오롯이 최고의 무대 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공연 모드'에 들어가면 날카롭고 못된 자신이 되고 마는 자신 때문에 마음 다쳤을 팬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달라 부탁했다.
 
"무대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레 목소리에 녹아들고, 자연스레 삶에 스며 주름이 되는 그런 삶을 살길 바랐습니다. 다만 이번 편지를 계기로 저를 아껴준 분들에게 친절하고 살갑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어요. 사람이 쉽게 바뀌겠습니까만 앞으로는 조심하고 노력할 겁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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