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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풍경)반세기 ECM 음반사를 한 눈에…‘시각으로 구현된 소리’
2019-11-06 11:27:33 2019-11-06 11:27:3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ECM 레코즈.’ 독일의 전설적인 독립음반사 중 하나입니다.
 
1969년 뮌헨에 설립된 이 음반사가 발매한 음반은 지금까지 1600여장. 키스 자렛, 얀 가바렉, 칙 코리아, 팻 메니시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이 음반사를 거쳐갔습니다.
 
1984년부터는 재즈 뿐 아니라 바로크 이전과 현대에 이르는 클래식, 월드뮤직 등을 아우르며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는데요. 이 중심에는 그래미어워드 클래식 부문 수상 경력이 있는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가 있습니다.
 
아이허는 ECM 레이블 자체가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인식하게끔 공헌한 인물. ECM에서 발매된 모든 음반들은 개별 연주자와 뮤지션별 맞춤형 레코딩을 지향합니다. 앨범 커버 역시 소리에 어울리는 아트워크로 디자인해 음악을 일종의 심미적 경험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ECM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에서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ECM 창립 당시부터 오늘날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6개의 작품으로 보여줍니다. 드로잉부터 인포그래픽,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시간을 공간 안에 담았습니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ECM 설립 초창기 때 쓰인 거대한 로고가 반겨줍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으로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작업하는 릭 마이어스의 작품입니다. 그 밑으로는 숫자로 기록된지난 50년 레이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로고를 마주보고 왼쪽으로 돌면 하얀 캔버스에 낙서처럼 칠해진 드로잉이 줄지어 걸려 있습니다. 영국 작가 샘 윈스턴이 존 케이지 음악을 듣고 느낀 반응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입니다.
 
라스 울리히와 마티스 니치케의 작품 ‘Flow’는 3D 도형들이 물결처럼 흘러 다닙니다. 알고리즘이 ECM의 음악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만들어내는 과학 예술입니다. 물결처럼 흘러가는 도형들은 멈추지 않고 발전해온 ECM의 수평적 시간을 상징합니다.
 
ECM 50년을 창조적으로 변형시킨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습니다. 220개의 음반 커버를 투명 재질에 인쇄한 작품 ‘MMBP’는 날아가는 수백만 마리 새의 대열처럼 디자인됐습니다. 정밀하지만 유연하고 유기적인 설립자 아이허의 창작 과정을 상징합니다.
 
탁구대에서 영감 받은 마지막 작품 ‘Small Places’는 전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전시가 운영되는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ECM에서 발매된 모든 음악들이 재생됩니다. 워드론 트리오의 ‘Free at last’를 시작으로 1380시간 동안 음악이 끝이지 않는 구조로 기획됐습니다. 관객들은 작품과 연동된 사이트, 어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어떤 음악이 나올지 시간대도 체크할 수 있습니다. 50년 역사의 ECM은 현 시대와 끝없이 호흡하는 ‘동시대성’을 획득합니다.
 
‘리: ECM’이란 제목으로 10월18일 오픈한 전시는 오는 2020년 2월29일까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이어집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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