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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민간소비 살리기 왜 어려울까
2019-10-30 06:00:00 2019-10-30 06:00:00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다시 주저앉았다. 2분기에는 전기대비 1.0% 성장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났나 싶더니 다시 0.4%로 추락한 것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증권시장의 용어를 빌려보자면 이론의 여지없는 ‘실적충격’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2.0% 성장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2%대 성장에 실패한다면,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 된다. 
 
이렇게 충격적인 성적을 낸 데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나라 바깥의 요인이 작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말미암아 중국 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등 제조업강국들이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10개월째 감소행진을 거듭했다. 10월도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재고의 기여도가 0.5%포인트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성장률을 더 끌어내린 한 가지 요인이다. 2018년 3분기에도 재고의 기여도가 0.8% 하락하는 바람에 성장률이 0.5%에 그쳤던 적이 있다. 
 
이처럼 재고감소가 경제성장률에 당장 발목을 잡긴 했지만, 반면 기대도 낳는다.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 그 이후에는 경제가 성장세로 반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이다. 마치 땅 밑에 갇혀있던 용암이 화산폭발과 함께 튀어나오듯이 말이다.   
 
그러나 당장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체적인 경제흐름은 여전히 나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수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부진한 가운데서도 3분기에는 1등공신이 됐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집계결과 수출은 전기보다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 증가율은 3%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2018년 3분기 4.0% 이후 가장 높았다. 
 
이밖에 지식재산생산물투자(0.9%)나 설비투자(0.5%)도 나름대로 제 책임을 다했다. 가장 부진했던 것은 역시 내수였다. 내수 요인 가운데 정부소비는 1.2%증가에 그쳐 2분기 2.2%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고교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하는 등 국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나름대로 필요한 일을 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민간소비도 0.7% 증가에서 0.1%로 하락했다.
 
그렇지만 가장 발목을 잡은 것은 건설투자였다. 3분기 중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5.2%를 기록해 2018년 3분기(마이너스 6.0%)에 이어 가장 저조했다. 글자 그대로 ‘불효자’ 였다. 
 
아마도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으로 말미암아 주택거래가 심하게 위축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택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5.6% 감소했다. 최근 5년간의 평균치보다 24.6% 줄어든 것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누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4% 적다. 5년간의 평균치에 견주면 감소율은 31.7%에 이른다.
 
최근 정부가 건설투자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선회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소집된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민간 활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한다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과거정부와 달리 건설과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냉담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태도가 바뀌고 있는 듯하다. 이미 여러 토목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의 언명을 통해 입장변화가 보다 선명해졌다.
 
그래도 부동산 거래부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부동산 규제를 무조건 강화한 결과 빚어진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면서도 거래는 활성화해야 하는데, 그 활성화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보유세 강화 등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10여차례 발표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지 않고 거래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재정투자를 늘려도 민간소비가 살아나기는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부동산 투기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거래까지 마비시켜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일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좀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도 거래는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민간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내수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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