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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터넷은행 말 바꾸기에 바쁜 당국
2019-10-29 06:00:00 2019-10-29 06:00:00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수요가 있으면 인터넷은행을 추가 인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번 인가가 마지막"이라고 말한 지 얼마 안돼 나온 발언이다.
 
또 당시 전임 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최대 2곳을 인가해야한다"고 강조했지만, 은성수 위원장은 "유력후보가 1곳만 신청해도 좋은 결과"라며 자화자찬했다. 
 
이처럼 당초 제시한 기준에 못미치는 성과였는데도, 당국은 긍정적으로 해석하기에 바쁘다. 정권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조직 수장이 달라졌을 뿐인데, 혁신금융 정책기조가 조직 입맛대로 바뀌고 있다.
 
말을 바꿔가면서까지 인터넷은행 인가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모습은, 당국이 어떻게든 인터넷은행을 성공시키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국은 이전에 없던 '기업 컨설팅' 방안까지 마련했다. 
 
물론 은성수 위원장 말처럼, 시장상황 변동에 따라 정책기조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시장상황이 예전보다 열악해 수요가 적어지면, 인터넷은행 1곳만 인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장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시장반응은 늘 냉랭했다. 지난 5월 예비인가 때에도 대형 IT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역시 같은 모습이다. 앞으로 당국이 추가인가를 마련해도 더 큰 수요가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당국은 시장상황이 냉랭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말을 바꾸며 변명만 일관하고 있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왜 열기가 없는지 알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등 규제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여야가 아직까지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 수록 소관부처인 금융위가 방향을 정하고 목소리를 낼 때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모두 공정거래법이라는 대주주 적격성 규제로 증자를 하지 못하자 자본건전성 악화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말 기준 BIS 자기자본 비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증자하려 했지만, 한투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지분정리가 어려워진 것이다. 케이뱅크도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증자가 어려운 상태다.
 
증자가 어려워진 인터넷은행들은 결국 대출금리를 올리는 고육책을 쓸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저렴한 중금리대출'이라는 인터넷은행 취지가 사라진다. 금융산업 경쟁력이 쇠퇴되고, 소비자 부담은 더 늘어난다.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메기효과'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를 역행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방안인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컨설팅을 해줘도 아무도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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