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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수입화장품 깜깜이 유통기한
2019-10-20 06:00:00 2019-10-20 06:00:00
최근 부산에 위치한 면세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화장품이 판매됐다. 통상 화장품 유통기한이 36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화장품을 제조한 지 무려 3년 이상의 기간이 흐른 화장품을 소비자가 사용할 뻔했다. 당시 소비자는 판매처에 수입화장품의 유통기한을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처에선 수입화장품의 제조연도만 알 수 있을 뿐, 제조월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후 수입화장품의 본사로부터 공식적인 확인을 거치고 나서야 해당 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임이 확인됐다. 유통 판매업체의 수입화장품 납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다.
 
이 같은 수입화장품 유통기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면세점과 오픈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촉박한 제품을 구매해 불만을 쏟아내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왜 유독 수입화장품만 유통기한 논란이 빈번할까. 그 이유는 다수의 수입화장품이 제조번호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 시장의 발달로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 데 반해 판매회사 자체 시스템만으로 제조번호를 통해 유통기한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화장품에 제조번호만 적힌 게 불법은 아니다. 화장품법 10조에 따르면 제조번호만 기재하더라도 회사 홈페이지 또는 연락처를 명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표시 기준은 소비자가 제품 구입 전 정확한 유통기한 확인을 어렵게 한다.
 
근본적으로는 현행법상 판매업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팔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한다. 실제로 유통회사나 판매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팔고 교환 및 환불만 해주면 된다는 식의 대응을 보인다. 직접적인 처벌이 없으니 안일한 대처를 하는 셈이다.  
 
지난 2016년에는 이 같은 수입화장품 유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당시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사용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처벌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달라진 것은 없다.
 
화장품은 우리 피부에 직접 발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 제조사는 물론 판매회사 역시 유통기한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무가 있는 만큼,  소비자가 수입화장품 유통기한을 즉각 인식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갖추도록 조치해야 한다. 언제까지 소비자가 깜깜이 유통망에서 화장품을 구매해야 할까.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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