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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아스퍼거증후군은 공감능력 없다”는 잘못된 편견
2019-10-15 06:00:00 2019-10-15 06:00:00
흔히들 아스퍼거증후군은 공감능력이 없다고 얘기한다. 사람들과 대화할 경우에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이야기나 반응을 하는 것이 많다 보니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아스퍼거증후군은 얼굴에 표정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무표정한 듯한 얼굴을 보이니 감정이 없다는 오해가 커진다. 이런 오해 때문인지 아스퍼거증후군이 감정 없는 싸이코패스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흉악범죄자가 자신이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유도하는 것을 보면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런 오해에는 두 가지 잘못된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
 
첫 번째 잘못된 이해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감정 자체가 없는 무감정한 인간인 듯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서 보면 아스퍼거증후군은 오히려 감정이 훨씬 더 순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감정 상태가 순수하여 사회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거나 억제되지 않은 채 아주 순수한 애정과 순수한 슬픔과 순수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감정변화에도 매우 민감하여 쉽게 느끼고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얼굴 표정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눈빛에 변화를 잘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역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는 감각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변화에 때맞춰 대응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엉뚱해 보이는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 잘못된 이해는 아스퍼거증후군이 일반인과 같은 완벽한 공감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치료해도 자폐를 벗어날 수 없듯이 아스퍼거인들이 정상수준의 공감능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일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조차도 이런 인식 있다. 심지어 치료사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잘못이다.
 
아스퍼거증후군이 치료하고 호전 과정을 겪으면 아주 완벽한 공감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입증한 사람이 있다. 플로어타임의 창시자인 닥터 그린스판이다. 그는 2005자폐아동이 공감능력.창조성과 자기성찰능력을 완벽하게 획득할 수 있을까?(Can Children with Autism Master the Core Deficits and Become Empathetic, Creative, and Reflective?)”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논문에서 2년간의 치료를 통해 자폐를 벗어나 정상 판정을 받은 100여 명의 아이를 10~15년에 걸쳐 추적조사 했다. 지속적인 추적조사에 성공한 아동이 16명이었다. 이 아동들은 2~4세 사이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다. 2년간의 플로어타임 치료 후 자폐진단을 벗어났고 이후로도 부모와 플로어타임을 지속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평가를 했는데 거의 정상범위의 아동 중에서도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내용 중 공감능력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글쓰기읽기능력일 것이다. 타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들이 좋게 잘 쓰인 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읽기능력이란 작가의 숨은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까지 측정되는 것이다. 평가상 30%는 평균을 넘는 우수한 능력으로 평가되었으며 53%의 아동들은 평균범위를 보였다. 단지 15%만이 평균보다 낮은 능력으로 측정됐다. 또한 46% 가량은 사랑 넘치는 감정을 실은 글 읽기가 가능했으며 46%의 아동들은 창조성 넘치는 글쓰기도 가능했다. 이는 이미 정상아동들이 보여주는 능력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며 오히려 나은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아스퍼거증후군이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편견이다. 아스퍼거증후군의 감정은 오히려 순수하고 매우 풍부하다. 다만 이것을 전달하고 전달 받는 교류,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개선시키는 제대로 된 치료과정을 겪게 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사회적 능력을 획득할 수 있으며 공감능력 또한 무리 없이 보여줄 수 있다. 그러므로 아스퍼거인에 대한 편견의 안경을 벗어야 될 것이다.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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