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싸울만한 것으로 싸워야
입력 : 2019-10-15 06:00:00 수정 : 2019-10-15 06:00:00
'조국 정국'은 두 달 넘게 한국사회를 두 동강 냈다. 보수층은 광화문, 진보층은 서초동에서 대대적인 집회를 연이어 벌였다. 어느 쪽의 기세가 세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분위기는 막상막하였다. 이들은 왜 이렇게 양분되어 싸웠나.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개혁이라는 주제가 한국을 이렇게 양분할 사안이었나. 이들은 냉철한 이성보다 '내 편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단순 흑백논리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논리는 한국사회를 더욱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영토도 작은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것만도 서러운데, 또 다시 보수-진보로 나뉘어 분열을 일삼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갈등 없이 합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프랑스만 해도 갈등과 분열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나라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이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고 문화와 종교도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는 '톨레랑스(Tolerance·관용)' 문화를 구축해 프랑스식으로 극복하려 많이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랑스 사회는 둘로 쪼개진 상태다. PMA(procreation medicalement assistee·인공수정)를 둘러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마크롱 정부는 동성애자들에게도 PMA를 허용하는 법률을 만들고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 과거 관념과는 다른 생활방식이 등장할 경우 어떤 이들은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여기서 오는 대립과 갈등은 사회가 극복해야 할 험난한 과제다.
 
지난 6일 파리에서는 PMA 허용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대거 참석했다. 특히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이 많았다. 이날 PMA 허용법 반대자들은 우리 시대의 개인주의를 규탄하며 파리 시내를 행진했다. 이날 20여 개 단체의 집회 참석자들은 국회에서 진행 중인 PMA 허용법을 반대했다. 그들의 눈에 이 법은 신성모독이고 종말론의 예고와 다름없다. 한 기독교 단체 회장 빠트리스 오베르(Patrice Obert)는 "우리는 육체를 상품화하는 세상에 들어와 있고, 우리는 노예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연합회장 파스칼 모리니에르(Pascale Moriniere)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법률을 일시 중단하는 것이다"라고 거들며 "인간에게 사전 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트 르아르(Haute-Loire) 지방에서 올라 온 간호사 실비(Sylvie)는 "나는 단지 PMA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러 여기에 참석했다"라고 밝혔고, 우체국 직원 마리-아니크(Marie-Annick)는 "PMA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는 것은 구역질난다. 이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격분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블린(Yvelines)에서 온 한 가족은 오랫동안 망설이다 결국 자동차를 타고 이 집회에 달려왔다. 그 이유는 "이 법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3명의 자녀를 동반한 한 부부는 "우리는 늦게 참석하게 되었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PMA 허용법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해당 법안이 기존 철학·과학·의학 질서의 불안을 야기하고, 역사적으로 오용되고 있는 개인주의로 인해 사회가 문란해지는 것도 염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포함한 서구사회에서 '발전'이나 '자유주의', '에고이즘' 같은 용어는 '모두를 위한 결혼(동생애자 결혼 허용)'이라는 법이 채택된 이후 사회질서의 모든 개혁에 신속히 파고들어 정책으로 연결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시절인 2012~2013년 토비라법(동성애자 결혼 허용법) 제정 때는 이번 PMA 허용법을 둘러싼 여론보다 더 격렬하게 프랑스 사회가 양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설득과 타협을 통해 토비라법을 통과시켰고, 이번 PMA 법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칠 것이다. 이처럼 사회는 급변하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이에 적응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게 되면서 찬성자와 반대자로 양분되는 일이 연속된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런 상황을 정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와는 영 딴판임을 알 수 있다. 지금 한국의 분열 과정을 놓고 보면 검찰개혁은 명분일 뿐이며 조 장관 한 사람의 거취를 놓고 두 세력이 치열하게 싸웠던 것이다. 이 격렬한 싸움은 개혁의 시간을 좀 먹게 했다. 검찰개혁, 당장 시급한 과제이며 꼭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인가. 프랑스 사회를 통해 알 수 있듯 우리의 생활패턴은 과거와는 판이하다. 이런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개혁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명분 없이 물고 뜯으며 정쟁을 일삼을 시간에 우리 사회 곳곳을 개혁하며 경쟁하라. 유권자는 내년 총선에서 그 진위여부를 가려 아낌없는 한 표를 던져 줄 것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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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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