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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30평대 9억’, 서울 ‘꼴찌’ 금천구의 대변신
금천구 부동산 주도하는 ‘롯데캐슬’ · 재건축 기대감 ‘무지개’ · 역세권 탈바꿈 ‘건영’
2019-09-11 06:00:00 2019-09-11 07:43:2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 9일 신안산선 착공식이 열렸다. 수년간 여러 차례 한다한다 말만 나오다 번번이 밀렸던 노선이 드디어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신안산선은 안산(한양대)과 시흥시청에서 각각 출발, 광명KTX역에서 만나 여의도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2024년까지 공사가 예정돼 있다. 한양대역에서 급행노선을 탈 경우 여의도까지 25분이란다.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리던 출퇴근이 크게 줄어들게 됐으니 큰 호재임엔 분명하다. 차후 신안산선은 2단계 사업에서 위로는 서울역, 밑으로는 서해선과 연결될 예정이기도 하다. 
 
신안산선은 서울 서남부 지역과 경기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서울과 직선거리로는 가깝지만 교통여건이 안 좋아 접근성이 떨어져 낮게 평가됐던 설움을 단숨에 해소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산선은 안산과 시흥시, 광명시를 거쳐 안양시 석수동,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를 따라 영등포구 신길동을 거쳐 여의도로 향한다. 덕분에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 역이 예정된 곳 아파트들의 몸값이 재평가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지면에 연재했던 ‘강남 말고 여기’와 지난 ‘동네한바퀴’에서 신안산선 라인 중 KTX광명역과 시흥시 목감동 일대를 둘러본 데 이어 이번엔 서울 금천구 시흥동으로 갔다. 시흥사거리역이 예정된 곳이다. 
 
 
금천구의 ‘핵인싸’ 롯데캐슬골드파크
 
시흥동의 ‘핵인싸’는 단연 롯데캐슬골드파크다. 2016년 11월에 준공한 1차 아파트가 공공임대 183세대 포함 1743세대, 2017년 9월 준공 2차 단지는 292세대(임대 50세대), 3차는 지난해 10월에 준공한 1236세대(임대 179세대) 아파트 단지다. 여기에 960세대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총4231세대 대단지다. 군부대가 이전한 자리에 들어섰기에 가능한 규모였다. 위치는 2단지 옆이 바로 금천구청(시흥동)인데 행정구역은 독산동이다. 
 
롯데캐슬은 서울에서 늘 ‘꼴찌’를 도맡았던 금천구 부동산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맨처음 분양했던 1차 단지의 경우 82㎡(전용면적 59㎡), 흔히 말하는 25평형 아파트의 최초 분양가는 3억2900만~3억6800만원이었는데 이 가격도 이 동네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 아파트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7억5000만원이다. 분양가에서 2배 넘게 뛰었다. 인상적인 것은 지난 1년 시장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광명시, 그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KTX광명역 코앞 광명역파크자이의 88㎡(59㎡)형 최근 실거래가보다 불과 3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가 2017년에 입주한 걸 감안하면 시세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광명보다 못하다는 소릴 듣던 금천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해 입주해서 매물이 별로 없는 롯데캐슬골드파크 3차의 경우 현재 매물이 많지 않은데 전용 119㎡(84㎡)형이 9억원 호가로 나와 있다. 3년 묵은 1차는 비교적 매물이 많은 편인데 거의 비슷한 평형이 9억원을 사이에 두고 8억대 후반에서 9억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호가가 높은지 거래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터줏대감’ 무지개, 기대감 크지만 매물 말라 
 
따지고 보면 롯데캐슬은 굴러온 돌이다. 오랫동안 이곳을 지킨 터줏대감은 롯데캐슬과 마주 보고 있는 무지개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시흥사거리에서 제일 가까우면서도 금천구청역과 금천구청, 금천경찰서와 인접한 자리에 위치한 아파트다. 
 
1980년 12월에 준공해 마흔살을 앞두고 있어 재건축을 진행해도 벌써 했어야 하는데 말만 무성해 보이던 게 무지개아파트에 대한 인상이었다. 그런데 눈을 돌리고 있던 1~2년 사이 교통정리가 끝나 있었다. 중개업소 설명을 참고하면, 2018년 3월에 조합 설립인가가 났고 12월에 건축심의를 접수했지만 반려됐다. 이달에 다시 요건을 갖춰 접수할 예정이라는데 이게 잘 진행되면 올해 안으로 사업시행인가가 날 것이라고 한다.
 
조합의 기대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분양신청을 받을 것이다. 감정평가-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철거하는 데까지 2년 정도 소요된다는데, 재건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예상보다는 더 걸릴 것이다. 
 
무지개 아파트는 639세대 5동이다. 연립과 상가가 따로 있는데 이 부지를 포함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조합은 용적률 300%를 거의 채워서 993세대로 재건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993세대 중 128세대를 임대로 짓는 조건이다. 200세대쯤 일반분양할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세대당 면적이 크지 않다는 부분이다. 현재 58㎡(53㎡), 73㎡(67㎡), 93㎡(85㎡)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용면적 비율이 높아 세대수 늘리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2017년에 조합이 내놓은 안은 작은 2개 평형의 경우 면적을 줄이고 93㎡형만 100㎡ 이상으로 키워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당시 추정한 분담금은 최저 2233만원, 최고 8775만원이었는데 이때 산식으로 구한 31평형의 일반분양가가 5억3476억원이었다. 옆의 롯데캐슬 시세를 생각하면 지금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숫자다. 무지개아파트가 재건축할 즈음엔 롯데캐슬보다 비쌀 텐데 당연히 분양가도 크게 뛸 것이고 분담금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물론 일반 분양에서 얻을 이익도 커지겠지만.
 
롯데캐슬골드파크의 용트림 덕분에 무지개아파트의 재건축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난관이 있다. 지난해 시행된 재건축 규제조치로 인해 △10년 이상 보유했으며 △그중 5년 이상을 실거주한 △1가구1주택 소유자가 가진 물건만 팔 수 있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은 지금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많지 않다. 중개업소 설명에 따르면 없는 건 아닌데 워낙에 귀해 부르는 게 값이란다. 실제로 실거래를 조회해 보면 1년 동안 거래된 게 거의 없다. 
 
58㎡은 매도자가 있었는데 5억원에 내놨다가 거둬들였다고 한다. 이 평형의 마지막 실거래가는 올해 1월에 체결된 4억원이었다. 거래 없이 호가만 1억원이나 뛴 것이다. 73㎡형은 작년 5월 실거래가 4억3100만원, 매수호가는 5억원 후반대라는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실제 거래 가능한 가격은 6억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93㎡형 실거래가는 작년 8월 5억5000만원, 최근 6억원에 거래됐다는 말이 있고, 현재 6억5000만원 선에서 얘기가 오간다고 한다. 
 
너무 궁금해서 팔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과연 차례가 돌아올까. 
 
역사 위치 예상 빗나가며 뒤바뀐 ‘역세권’
 
무지개아파트와 금천구청 사이엔 군인아파트(필승아파트)가 있다. 군인들은 이사했고 현재는 서울시 소유다. 이곳엔 주상복합이 들어선다는 말이 있다. 또 금천구청역 옆 옛 대한전선 부지는 부영 소유인데 이곳도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이다. 롯데캐슬과 더불어 이 일대는 완전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시흥동이 주목받는 것은 신안산선의 공이 크다. 무지개아파트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시흥사거리에서 2분밖에 안 걸리는 초역세권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하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역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다. 원래 시흥사거리로 예상됐는데,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사업비 때문에 역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고시문을 확인해 봤다. 시흥사거리역의 기점은 시흥동 1000-91, 종점은 1000-71로 돼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 조회해 보니 홈플러스 시흥점과 SK주유소 앞, 길 건너편 기준으로는 대명시장 입구쯤이다. 
 
이러면 역세권 아파트의 지위가 달라진다. 지금 제일 비싼 롯데캐슬 단지에서 이 역 예정지까지 거리는 대략 1km다. 도보로 15분 정도 걸릴 것이다. 역세권이긴 하나 걷기엔 조금 부담되는, 단지의 가장자리에서는 제법 거리가 먼 곳이다. 오히려 단지의 반대편 111동이나 304동 쪽은 독산역 예정지가 700~800m로 더 가깝다. 다만 중간에 말뫼고개를 넘어야 하는 것이 흠이다. 
 
초역세권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무지개아파트도 시흥사거리역에서 500~600m 거리가 된다.
 
단지 작지만 확실한 호재 가져  
 
이들에게서 역세권 아파트 지위를 넘겨받을 곳은 남서울건영1차아파트다. 건영아파트는 역의 출구 부근일 것으로 예상되는 SK주유소 옆길로 도보 2~3분 거리에 있다.
 
게다가 건영아파트는 부영이 보유한 대한전선 2개 부지 중 한 곳과 접해있다. 금천구청역 옆 부지엔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고, 건영아파트 옆 부지는 의료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란다. 역세권 아파트가 되는 데다 의료시설 옆이면 이 아파트도 충분히 관심 받을 만하지 않을까? 
 
건영아파트도 1982년에 지어 37년이나 된 구축이다. 단점은 3개동 260세대로 단지가 작다는 것. 또 주변이 오래된 빌라촌이라서 환경이 좋지 않다. 
 
워낙에 낡아서 무지개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56㎡, 82㎡, 94㎡형 세 타입으로 구성됐는데 94㎡(88㎡)형이 작년 8월 4억4000만원에 실거래로 올라온 것 이후 거래가 없으며 현재 매물은 5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56㎡(53㎡)형은 작년 8월 2억4850만원에 실거래된 후 10월에 바로 3억100만원으로 뛰었고 그 후에도 계속 올라 올해 8월엔 3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매물은 저층이 3억3000만원에 하나 올라 있다. 작은 평형은 비교적 꾸준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안산선 1단계 공사는 5년 계획을 두고 시작됐다. 시흥사거리 주변은 오래된 동네지만 공사 진행에 맞춰 차츰 변해갈 것이다. 이미 저층 상가 자리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금천구 변신의 중심에 이 아파트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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