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여행업계)글로벌 OTA발 지각변동에 신음하는 국내 기업들
국내 주요 여행사, 2분기 줄줄이 적자…업황 악화에 일본 불매 직격탄
입력 : 2019-08-23 05:59:59 수정 : 2019-08-23 05:59:5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 여행을 다녀 온 직장인 김진욱(38세·남)씨는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트립닷컴을 이용해 항공권과 호텔을 한 번에 예약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항공권은 가격 비교 사이트를, 호텔은 전문 예약사이트를 각각 찾았다가 이번에는 '원스톱 여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립닷컴에서 모두 진행했다. 번거로움을 줄인 것은 물론 다른 여행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과 항공권을 구매해 경비를 조금이나마 낮춘 것에 만족해했다.
 
국내 여행업계에 글로벌 OTA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항공·호텔 예약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트립닷컴, 카약,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등이 모바일 애플리이션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김 씨를 포함한 소비자들이 해외 OTA로 이탈하고 패키지여행 수요 감소까지 뒤따르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다.
 
22일 하나투어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1145억원, 영업손실은 8억7300만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업계 2위인 모두투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투어는 2분기 매출액 706억원, 영업손실 1억9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노랑풍선은 매출액이 11% 감소한 222억원, 영업손실 9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애초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2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하더라도 두자릿수대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적이 더 나빴다. 문제는 3분기 들어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예약 취소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OTA의 돌풍으로 신음하는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지난 2017년까지 매출을 늘리며 외형성장을 이어가던 여행업계가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것은 글로벌 OTA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고 재편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OTA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 여행업계는 최근 수년 전부터 글로벌 OTA의 공세가 가시화할 조짐을 보였음에도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키지 여행에 '올인'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하기보다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에 집중해 외부환경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아울러 지난 2016년 7월부터 여행사 설립기준 요건을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춘 점도 글로벌 업체와 격차가 벌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소규모 여행사가 증가하면서 국내 시장의 파이를 갖기 위한 내부 경쟁강도가 더 심해지고, 이로 인해 글로벌 OTA의 공세에 대응해야 할 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정도만 항공권과 호텔을 대규모로 확보해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라며 "향후 경쟁 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존립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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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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