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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30대 그룹 총수 만나 "전례없는 비상상황, 민관 비상대응체제 갖춰야"
대기업 집단 34개중 31곳 참석…부영·대림·에쓰-오일 불참
2019-07-10 11:30:00 2019-07-10 14:08:4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라며 "우리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 비상 대응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총수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런 근거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선 단기적 대책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확대, 해외 원천기술의 도입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그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서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면서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근본적인 대책과 관련해선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 세제와 금융 등의 가용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주시기 바란다"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늘 그래왔듯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관계부처 장관들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34개) 중 31개 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불참한 3개 기업은 부영(이중근), 대림(이준용), 에쓰-오일(후세인 에이 알-카타니) 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 관계로 불참했고 윤부근 부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에서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 회장은 GS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대기업총수의 간담회는 지난 2017년 7월 호프미팅과, 지난 1월 '기업인과의 대화'에 이어 3번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해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 기회가 가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참석자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일본 정부가 간담회에 참석한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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