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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롱 리브 더 킹’ 김래원 “이 영화, 기대해도 좋다”
“현장에서 ‘살아있다’ 느낀 첫 번째 영화, 너무 즐거웠다”
‘동화 같은’ 시나리오, 강윤성 감독과 함께 ‘현실감’ 중점
2019-06-17 00:00:00 2019-06-17 13:49: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했다. ‘해바라기로 국내 조폭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김래원이 주연을 맡았다. 이번에도 조폭 캐릭터이다. 하지만 결이 좀 다르다. 김래원 역시 그래서 이 영화를 선택한 듯싶었다. 무엇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강윤성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쏟아내는 데 집중했다. 데뷔 22년 차 김래원이 이제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이는 신인 감독을 이처럼 극찬하는 것 자체가 사실 생경한 느낌이다. 김래원 본인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최고의 경험이었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영화 롱 리브 더 킹으로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인 강윤성 감독 연출력은 밸런스의 조화란 측면에서 충무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번 영화는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원작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신과 함께시리즈가 사실상 웹툰 원작 영화로선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강윤성-김래원 조합이 이런 징크스를 깨트릴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 가능성에 대해 김래원과 얘기를 나눴다.
 
배우 김래원.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언론 시사회가 열린 뒤 며칠 후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김래원과 만났다. 워낙 과묵하고 말수가 적은 김래원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굉장히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보였다. 배우가 보통 인터뷰에서 이런 분위기라면 영화 흥행도 꽤 괜찮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충무로에서 다년간 쌓인 징크스라면 징크스이다. 김래원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어떤 영화 작업보다 즐거웠고 너무 좋았어요.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이번 영화는 제가 현장에서 살아 있다고 느낀 첫 번째 영화였어요. 이건 결과랑은 상관이 없는 말이에요. 흥행이 되고 안 되고는 사실 두 번째에요. 이 작품 안에서 내가 숨쉬고 있었단 게 너무 즐거웠어요. 단 그런 점은 있어요. 감독님은 이번 영화를 오락 영화라고 선을 그으셨는데 관객 분들도 그렇게 봐주실지 궁금하죠.”
 
김래원의 이런 생각은 롱 리브 더 킹의 주된 소재가 조폭이란 점 때문이기도 하다. 조직 보스가 주인공이지만 단순한 조폭 영화는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얘기가 녹아 들어 있다.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탄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멜로 라인도 눈에 띄게 강하다. 액션과 멜로 그리고 정치 드라마가 모두 녹아 들어 있었다. 충무로 상업 영화에선 사실 보기 힘든 혼합 장르 스토리이다.
 
배우 김래원.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사 대표님도 액션+정치라고 이번 영화의 정체성을 설명하세요. 감독님은 완벽하게 오락영화라고 하시고. 전 멜로라고 봤어요. 그것도 제가 지금까지 했었던 멜로 중에 가장 쉽고 이해하기 편한 멜로라고 판단했죠. 감독님과의 첫 미팅에서도 그런 생각을 말씀 드리니 제대로 봤다고 그러셨죠. 사실 감독님도 멜로라고 생각하신 건지, 아니면 멜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 의견에 동조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 판단과 스토리 첫 단추가 그런 면에서 꽤 잘 맞춰진 것 같아요.”
 
멜로란 관점에서 보면 이번 영화는 꽤 기묘한 포인트가 있다.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등장한다. 하지만 키스신에서 남녀 주인공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배우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감정의 흐름은 상당히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 방식에 김래원은 강윤성 감독만의 힘이라고 추켜세웠다. 더욱이 이런 방식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힘까지 스토리 안으로 끌어 들이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지점이지만 이 결정 하나가 롱 리브 더 킹의 색깔을 확실하게 잡아줬다는 것이다.
 
키스신 장면에서 이상한 것 느끼지 못하셨어요?(웃음) 남녀 주인공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화면에 잡히지를 않아요. 그게 전 너무 좋았어요. 이게 어떤 해석이냐면, 주인공은 저에요. 그런데 감독님의 연출 안에서 제가 배제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단순하게 보자면 김래원이란 배우를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이 모든 얘기가 장세출이란 인물을 위한 것임을 전제로 출발하고 그래서 다른 양념을 도드라지게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신 거죠. 이 모든 걸 그 장면 하나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에게 인지시킨 점에서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배우 김래원.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런 사소한 방식 하나하나가 강윤성 감독의 연출 방식이었다. 사소하단 단어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김래원은 다르게 봤다. 강 감독의 전작 범죄도시가 흥행에 성공한 것도 어쩌면 이 사소함이 일궈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별 것 아닌 점에서까지 특별함을 위한 장치로 활용해 영화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도구로 끌어 올린 방식은 강윤성 감독의 특별함이었다고 확신했단다.
 
제가 범죄도시를 정말 대단하다고 본 건 단역까지 모든 인물들이 다 살아 있었단 점이에요.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밸런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해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점이 많이 강조됐어요. 누구 하나 빠지는 법이 없잖아요. 감독님의 인품에서 나오는 리더십은 모든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가 믿고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만들어요. 그리고 현장 상황에 맞게 장면도 그때그때 바뀌는 걸 많이 선호하세요. 저도 그 방식이 잘 맞는 것 같고요.”
 
동명 웹툰이 원작이고, 또 웹툰이 영화로 기획된다는 보도와 함께 원작 마니아들이 가상의 캐스팅 순위를 꼽아 낸 바 있다. 그때마다 주인공 장세출의 캐스팅 0순위가 바로 김래원이었다. 웹툰 속 모습과 실제 김래원의 비주얼이 싱크로율 100%에 가까웠다. 본인도 원작 웹툰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고. 초반 웹툰을 읽던 그는 감독의 주문으로 원작 습득을 멈췄단다.
 
배우 김래원.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원작에 매몰되는 걸 감독님도 원하지 않으셨어요. 저도 그래야 할 것 같았죠. 우선 원작 속 장세출은 몸이 먼저 나가는 데 실제의 김래원은 생각이 진짜 많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분석을 하려는 편이에요. 근데 장세출은 그러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다 내려놨었어요. 심지어 대사도 안 외우고 현장에 간 적도 있어요(웃음).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걸 본능적으로 풀어가는 인물이에요. 감독님이 그 틀을 정말 잘 만들어 주셨어요.”
 
사실 조폭이 영웅이 되고 또 국회의원이 돼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싸우는 얘기는 한 편의 동화일 뿐이다. 하지만 김래원은 이 스토리를 땅에 붙어 있는 실제 얘기로 만들어 내고 싶었다.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과 마찬가지였다. 김래원은 강 감독의 전작 밤죄도시를 통해 그 가능성이 충분할 것 같다고 느꼈다. 여기에 현장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롱 리브 더 킹의 세계를 세밀하게 계산해서 큰 틀을 만들어 주는 감독의 조율에 힘을 얻었다.
 
배우 김래원.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완전 동화 같은 얘기였어요. ‘이게 가능해?’라고 할 정도의 말이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라면 가능하겠다 싶었죠. 그런 믿음이 확신이 됐으니까요. ‘범죄도시도 조폭이 소재이고 이번에도 조폭이 등장해서 단순한 조폭 영화로 비춰질 것이란 우려도 있어요. 그걸 내가 좀 깨면서 가야 할까 싶기도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우려도 안 하셨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힘을 계속 주세요. 설명 불가능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어요. 이번 영화,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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