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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으로 보는 인간 미래, 베르베르 '죽음'
2019-05-31 06:00:00 2019-05-31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누가 날 죽였지?'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가 떠올리는 첫 질문이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첫 구절만큼이나 신선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새 장편 '죽음'에서 온갖 상상적 충격 요법을 동원한다. 웰즈는 아무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병원 의사는 없는 사람 취급한다.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다. 죽은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찾아 헤맨다. 살인으로 확신한다. 머릿속에 몇몇 용의자가 떠오른다. 다행히 이승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를 만난다. 웰즈는 저승에서, 뤼시는 이승에서 수사로 진실을 추적해간다.
 
베르베르는 사실 제3자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설정을 즐겨왔다. 사람을 무수한 다리의 흉측한 해충으로 만들어 버린 카프카처럼. 천사나 신부터 개미, 고양이의 시점으로 구석구석을 누비며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시켰다. 이번에는 '영혼'의 눈으로 다시 인간 미래를 살핀다.
 
웰즈는 베르베르를 쏙 빼닮은 분신이다. 어릴 적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다. 주간지 기자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쓰다 작가로 데뷔한다. 모두 베르베르의 자전적 요소들이다. 소설 속 웰즈는 영혼이 된 후 자신처럼 글을 쓰는 '글쓰기 인공지능(AI)'을 마주한다. AI가 소설까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것인가. 웰즈의 영혼을 빌려 베르베르가 묻고 답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뉴시스·열린책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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