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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술' 부작용 우려되는 예타제도…"경제성 없이 정무적판단에 좌우"
20년 만에 '평가항목·가중치' 손질…"공정성 담보 못하면 불신 가중"
2019-05-27 06:00:00 2019-05-27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20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손질했지만, 새로 개편된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편안이 예타의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정무적 판단이 예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처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총액배분 자율편성(톱다운)'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일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지난 1999년에 도입, 20년 만에 대수술에 오른 예타 제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항목과 가중치를 손질했다.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져 평가하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줄이되, 지역균형발전 평가 가중치를 높였다. 또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신규 재정 사업이 신중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제도로,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국고 지원 300억원을 넘는 사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기존 예타 제도가 경제성 평가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 사업이 예타의 '허들'을 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새 개편안을 내놨지만, 손질된 제도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경제성 평가 비중이 감소하고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정무적 판단이 예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즉 지방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난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 사회간접자본(SOC)의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제도 개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개편안의 평가기준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평가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정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예타 평가기준으로서 사회적 가치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예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국가재정법 제38조 예타조사 항목에 사회적 가치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기준 규정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봉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예타 면제와 관련해서도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는 면제되지만, 일정 규모 이상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거나 파급효과가 큰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명분을 확보한 뒤에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톱다운' 방식을 강화해 예타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톱다운 방식은 중앙예산기관이 사전적으로 지출총액과 분야별·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하면 그 한도 내에서 각 부처가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과 달리 중앙예산기관인 기재부가 각 부처의 사업 추진 여부와 예산 규모 적정성 등 모든 세부사업을 검토하고 직접 예타를 수행한다. 정 입법조사관은 "톱다운 방식의 예산편성 제도를 시행할 경우 시행부처가 타당성 조사 결과를 왜곡할 유인이 버텀업 방식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예타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톱다운 방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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