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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황교안, 마라톤 스타트를 혼자서 끊다
2019-05-27 06:00:00 2019-05-27 07:17:31
25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제6차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광화문 규탄대회가 열렸다. 지난 8일 시작한 황교안 대표의 장외 행보가 일단락된 것이다.
 
19일 간의 일정 제목은 '민생투쟁대장정'이었다.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30개 이상의 지역을 방문했다고 하니 '장정'이라는 이름은 붙일만 할 것이다. 첫날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일성이 "국회 투쟁만으로는 독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었으니 '투쟁'이라는 이름도 크게 어색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민생'은 잘 모르겠다. 사실상 마지막 지역 일정이었던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장에서 지역주민이 "피해가 얼마나 많은데 한국당 선전만 하고 있냐"고 항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투쟁'을 이야기할 땐 한국당 지지층의 호응이 상당할 때가 많았는데...
 
지난 19일의 일정을 통해 황교안 대표는 적지 않은 장면과 발언을 각인시켰다.
 
"이 정권이 하는 것은 극극극좌" "(문재인 대통령이)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한다. 저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나라를 세우는 것을 공부하고 세우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좌파는 돈 벌어본 일이 없는 사람"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팔뚝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던 모습, 부처님 오신 날 봉축식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던 모습 등은 황 대표가 정치를 하는 동안에는 자료화면으로 반복 사용될 만한 것들이었다.
 
19일에 대한 평가는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대차대조표의 차변 쪽에는 '보수 정당 리더로 각인' '스킨십 강화를 통해 대중 정치인으로 연착륙' 정도가 있고 대변 쪽에는 '확장성 한계 노출' '컨텐츠 부족으로 인한 강성 발언 남발'이 적혀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차기 대선이란 마라톤 레이스에서 황교안 대표 혼자 스타트를 끊고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대편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대주로 꼽히지만, 여권 지지자들의 시야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에게 머물러 있다. 섣부른 차기 언급은 ‘불충’으로 치부될 수 있다. 속마음은 제각각이겠지만 다들 바짝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다.
 
야권은 다르다. 야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대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부터 정권 되찾아 올 날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권 탈환에 관심 없는 야당 지도자를 어디에 써먹겠나? 그러니 사실상 대선 운동에 나섰다는 비판은 하나 마나한 소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촌놈 마라톤'이라는 속된 말이 황 대표에게 들어맞을지 말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9일만 되돌아봐도 그렇다. 처음엔 기세가 대단했다. 당 지지율도 쭉쭉 오르고 첫날 부산 자갈치 시장에선 지지자들의 성원에 황 대표가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할 말이 많지 않으니 비슷한 말의 강도만 높아지자 주목도가 떨어졌다. 주목도가 떨어지자 발언의 강도는 더 세졌다.
 
정부와 각 세우는 거야 그렇다 치고 5·18, 불교와의 거리감도 새삼 각인됐다. 막판엔 측근인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유출 사건까지 터졌다. 그런 사이에 당 지지율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마무리가 좋지 않은 전향적 전강후약 구도다.
 
어쨌든 19일 간 혼자 달린 중거리 레이스는 마무리 됐다. 복기와 반성을 잘하면 앞으로 여럿이 달릴 장기 레이스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차대조표의 차변보다 대변을 잘 볼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차변만 흐뭇하게 바라보면 뭐 결과는 뻔하지 않겠나? 한국당의 원내 복귀 문제가 첫 시험대일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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