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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은 왜 피해 여성 빚을 탕감해 줬나"
김 전 차관 2차 소환, 구속영장 청구 전 마무리 조사…'가액 1억' 제3자 뇌물죄 소명 집중
2019-05-12 16:04:54 2019-05-13 19:25:3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뇌물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사실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김학의 게이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12일 오후 1시 김 전 차관을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지난 9일 1차 소환에서 김 전 차관이 부인한 피의사실 부분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뒤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물과 관련자 진술과 김 전 차관의 주장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김 전 차관의 피의사실 중 수사단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피해 여성 이모씨의 윤씨에 대한 채무 1억원을 면하게 해줬다는 대목이다. 수사단은 이날 김 전 차관에게 이씨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씨 "내가 동영상 속 인물"
 
이씨는 2013년 세상에 드러난 문제의 ‘별장 동영상’ 속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나온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3년 최초 조사 당시 본인이 동영상 속 인물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윤씨도 지난 4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 속 인물은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동영상 외에 특수강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증거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수사 권고요청을 한 뇌물 혐의도 윤씨가 이번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인하거나 ‘200만원 정도를 승진 인사하는 데 쓰라고 김 전 차관에게 줬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적용하기 힘들었다. 뇌물가액 3000만원 미만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아닌 형법적용을 받는데,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돼 기소가 불가능했다. 
 
'별장' 이후 서울서도 김 전 차관 만나
 
그러나 수사가 계속되고 이씨와 김 전 차관, 윤씨의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김 전 차관의 피의사실 중 뇌물혐의 부분이 선명해졌다. 수사단은 앞서 윤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2007년 이씨에게 명품 가게 보증금 1억원을 빌려줬지만 되돌려 받지 못했고 2008년 이씨를 횡령죄로 고소했으나 김 전 차관의 요구로 취하하고 돈 역시 받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진술은 지난 4월 방송 인터뷰에서 윤씨 본인이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윤씨는 당시 방송에서 이씨를 위해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상가건물에 방을 마련해주고 김 전 차관을 그곳에서 만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런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특히 윤씨가 이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선의 차원에서 증여한 것이고, 본인은 이와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 말대로라면, 그가 이씨를 위해 윤씨에게 그가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논리가 약하다. 김 전 차관과 윤씨 진술을 보면, 김 전 차관이 채무 1억원을 탕감해줄 정도로 이씨와 긴밀한 관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 처 만나…저만은 인정 했다"
 
그러나 이씨는 앞서 지난 3월14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 주장을 뒤집었다. 그는 본인과 김 전 차관 처가 2007~2008년 사이 전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있으며, 이에 대한 증거를 대검 조사단에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 처가 자신을 만난 이유에 대해 "그분의 입장에서만 얘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 모르겠지만 김 전 차관이 저를, 저만은 인정을 하고 그리고 와이프 입장에서도 제가 보고 싶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자기(김 전 차관)는 그 동영상(별장 동영상)을 봤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 전 차관 처가 '동영상 속 인물이 본인과 이씨'라는 말을 자기(김 전 차관) 입으로 이야기 했다고 (본인에게) 이야기 했다”고도 밝혔다.
 
이씨, 제3자 뇌물죄 독립 수익자
 
윤씨와 이씨의 인터뷰와 대검 조사단 조사, 검찰 수사단 조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김 전 차관과 이씨는 별장에서 처음 본 이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윤씨가 김 전 차관을 위해 거처까지 마련해 주면서 만남을 주선해 준 여성은 이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이 이씨를 위해 1억이라는 빚을 탕감토록 해줬다는 수사단 논리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씨는 윤씨 주장대로라고 하더라도 김 전 차관의 제3자뇌물죄를 성립시킬 수 있는 독립된 수익자이기 때문에 '별장 동영상'의 물적 증거나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된다. 특가법상 뇌물가액 1억이면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오늘까지 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은 이번 주 중으로 청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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