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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정신질환자, 격리보다 치료가 먼저
2019-05-07 06:00:00 2019-05-07 06:00:00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 근처에서 공놀이하는데 처음 보는 20대 여성에게 느닷없이 뺨을 맞았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우연히 이를 목격한 아주머니가 여성을 알았고, 얼마 뒤 여성의 어머니가 집에 찾아왔다. 동네 주민이던 그는 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사과했다.
 
20여년이 흐른 지난달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사건이 열흘 간격으로 네 차례나 터지며 사회 이슈화됐다.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을 앓으면 환청과 망상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범인 안인득을 시작으로 위층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창원의 10대, 다른 환자를 둔기로 때려 사망케 한 칠곡의 30대, 자신을 간호하러 온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한 부산의 50대까지 모두 조현병 환자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법무부·보건복지부·대검찰청·경찰청은 지난 1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법무·검찰은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해 치료명령·치료감호를 적극적으로 청구하고 경찰청은 범행이 중하지 않더라도 정신질환 등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 응급입원 조치·감정유치 신청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건 발생 전 이런 대책들이 제대로 수립됐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다.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았던 안인득은 자활사업에 참여했다가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 뒤 병세가 악화했다는 게 드러났다. 특히 사건을 일으키기 전 망상 증세로 수차례 이웃을 괴롭혔고 여러 번 경찰 신고까지 됐지만, 점점 '괴물'로 변하는 그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이웃 주민과 친누나를 죽였다는 자극적인 범죄 사실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신질환자를 곧 잠재 범죄자로 규정해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 2017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로 전체 인구 범죄율 3.93%보다 크게 낮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치료 이전보다 94%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디까지나 정신질환자들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며 현재 약물 등 적절한 치료 방법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먼저 선택할 권리가 있다. 스스로 치료받을 수 없는 상태라면 국가가 이들을 찾아내 도와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다 끄집어내 체계화된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정신질환자 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길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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