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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6자회담' 시발점될까
문 대통령도 푸틴 최측근 만나…북러회담 내용 공유한 듯
2019-04-25 18:23:21 2019-04-25 18:23:3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5일 첫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남·북·미·중·러·일의 6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6자회담'의 시발점이 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경(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루스키섬 소재 극동연방대에서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1시간 정도 1대1 단독회담을 가진 뒤 수행원들이 배석한 확대회담, 친교만찬을 차례로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에서 남북 및 북미대화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역내 핵문제뿐 아니라 여러 이슈를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유일한 효율적 방법"이라며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국제사회와 모든 이해 당사국 간에 한반도에서는 영구적 평화구축과 평화 번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오늘 푸틴 대통령과 조로(북러) 친선 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국제적 문제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 친선 관계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나와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며 전략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러 정상 모두에게 명분과 실리를 주는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하노이 결렬' 이후 실추된 북한 내 위신을 세울 수 있는 기회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미국의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역시 중요한 요소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핵협상'에서 일정 역할을 하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또한 북·러 뿐만 아니라 남·북·러 경제협력을 추동해 극동개발을 자극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러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양국관계 발전방안을 놓고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회담을 기반으로 한반도 주변국 정상급이 참여하는 새로운 6자회담이 시작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26일에는 중러 정상회담, 26~27일에는 미일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도 제기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이미 제안했고, 현재 추진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반기 방한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 진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3년 8월 첫 가동된 6자회담은 6차에 걸쳐 회담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핵포기와 체제안정 및 경제지원을 교환하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실무선 레벨의 합의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각국 정상급들이 참여하는 6자회담의 경우 실질적인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 공동체 구축에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비핵화 협상에 참여자들이 많아질 경우 대화의 속도 자체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고, 협상을 주도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하면 새로운 돌파구로 6자회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가 본격화되고 그를 위한 경제지원이 논의될 경우 비용분담 차원에서라도 6자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러회담이 진행되던 시간 청와대에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연방안보회의(SCR) 서기를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러 정상회담 의제, 러시아의 비핵화 해법,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한러 정상회담 추진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공식 회담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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