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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장관, 중기업계와 150분 토론…"최저임금 차등화 어렵다"
업계와 첫 공식 만남…최저임금·탄력 근무제 인식차 확인
2019-04-25 16:38:42 2019-04-25 16:38:42
[뉴스토마토 양지윤·강명연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5일 중소기업계의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에 대해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말씀드리는 게 낫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협·단체장들 40여명과 함께 '상생 그리고 공존'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박 장관과 중소기업계의 첫번째 공식 만남으로, 150분간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9일 소상공인단체 간담회에 이은 소통 행보의 연장선으로 중소기업계의 다양한 애로사항과 건의를 듣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업계는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중소기업 수출 관련 예산확대, 스마트공장의 실무인력 양성 지원 등을 건의했다. 박 장관은 관계 부처, 기업들과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하며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하며 업계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에 박 장관이 선을 긋자 참석자들이 돌발 질문을 쏟아내며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박 장관은 "업종별로 차별화하게 되면 어떤 업종은 귀족이고, 어떤 업종은 머슴이냐고 하는 등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김문식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노동강도가 다른데 단일 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근로자들이 몰릴 수 있는 지역과 업종이 있는데 시행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임성호 조리기계조합 이사장 역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기업이 책임질 의무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거듭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 있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중소기업 대표자가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표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의견을 개진하느냐에 주안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순황 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하며 탄력적 근로시간 요건 완화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현재 탄력근로제 관련해 현장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6월에 결과가 나오면 답변을 하겠다"면서 "과거에는 토요일에도 일하다가 쉬는 것 갖고도 갈등을 겪었던 만큼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도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며 분기마다 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파트너 관계"라며 "업계의 건의를 다 받아드리면 좋겠지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수용할 수 있는 건의는 적극 추진하고, 안 되는 제안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장관과 최저임금 차등화와 관련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에 대해 다소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토론회가 정례화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업계보다 중기부가 나서 고용노동부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장관이 취임 초기인 만큼 향후 자리를 잡고, 조직 안정화를 꾀하면 이 사안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는 "중앙회 차원에서 건의사항 발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며 "박 장관이 정기적으로 업계와 만남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약속한 만큼 자주 스킨십을 하다보면 이런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강명연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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